민주 "사건 본질은 병역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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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의 병풍수사 방향이 자신들의 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전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강력한 공세를 펼쳐온 민주당은 당혹한 표정이다. 특히 병풍 공세를 주도해온 주역들은 곤혹스러워 하면서 향후 정국의 방향을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당 병역비리소위원장인 천용택(千容宅)의원 측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기남(辛基南)최고위원도 "언론 보도가 사실이면 (민주당이)불리해지겠네"라고 말하며 역풍을 우려했다. 병역비리 소위 관계자는 "현재 병역비리를 입증해줄 증인들을 추가로 찾아 설득 중인데 검찰이 저렇게 결론을 내리는 방향이라면 그들이 증언을 하겠느냐"며 답답해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공식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상황의 재역전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千의원 측은 "검찰이 김대업(金大業)씨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병역비리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병풍을 주도해온 동교동계 의원은 "사건의 본질은 김대업 테이프의 위변조가 아니라 병적 기록부와 관련해 객관적으로 제기된 의혹들"이라며 "나는 병적기록부가 위변조되고 병역비리 의혹이 있다고 지금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박양수(朴洋洙)의원도 "우리는 검찰만 믿는다. 검찰을 빼곤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검찰의 공식발표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일각에선 검찰에 대한 원성도 터져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내에 '이회창 검찰'이 상당수 포진돼 있어 박영관 특수부팀에서 공식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이런 내용을 흘려 여론을 몰아가려고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辛위원은 "언론이 그렇게 몰아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장영달(張永達) 국회 국방위원장은 "그동안 이회창 후보 선거운동만 열심히 해준 꼴이 됐구먼"이라고 혀를 찬 뒤 "정략적이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張위원장은 "검찰이 그렇게 발표하면 승복하고 받아들여야지 할 수 있느냐"며 "그동안 당이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해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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