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前' 폭락의 아픔 '전쟁後' 말끔히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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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전쟁에 대한 우려가 증시를 짓누를 때엔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낙폭이 큰 업종·종목에 우선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과거 걸프전 등의 사례를 볼 때 미국 등에선 전쟁 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가도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서 불확실성이 걷히면 하락 폭이 컸던 업종이 가장 두드러진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프 참조>

교보증권이 1일 걸프 전쟁 전후로 미국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1990년 8월 초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뒤 이듬해 1월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할 때까지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이 증권사 김정표 책임연구원은 "특히 이 기간엔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주가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당시 Baa등급의 회사채와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 차(스프레드)는 1백70 베이시스 포인트(bp)에서 2백40bp로 껑충 뛰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국채를 선호해 가격이 올라간 반면(국채 금리는 하락),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는 외면하면서 가격이 떨어졌기(회사채 금리는 상승)때문이다.

시중 자금은 이 기간 중 증시를 외면하면서 S&P 500 지수가 11.7% 하락했는데 은행·소프트웨어·반도체 등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91년 1월 초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자 '걸프 사태가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는 3개월간 22% 상승했고, 특히 낙폭이 컸던 업종의 오름 폭이 컸다. 지금의 증시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미-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돈은 안전자산을 좇고 있다. 미 Baa회사채와 국채간 스프레드는 연초 2백80bp 수준에서 지난달 말 현재 3백70bp 대로 벌어졌다. 미 국채 수익률은 63년 이후 처음으로 4% 아래로 떨어지며 증시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교보증권 金연구원은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도 당분간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고 낙폭 과대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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