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지금 ‘러시아 유기견’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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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일 부산시 사하구 감천항 동쪽 부두. 부두를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 밑 쓰레기 더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개들이 보인다. 사람이 다가가자 “어헝” 하며 하얀 이빨을 드러낸 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개들의 몸에는 오물이 묻어 있고 피부병을 앓는 개들도 보인다. 냉동어류를 싣고 입항하는 러시아 화물선의 선원들이 버린 개들이다. 러시아 화물선이 많이 들어오는 가을·겨울에 특히 유기견이 늘어난다.

부두 철조망에는 ‘배가 접안하면 개를 묶어 놓으세요. 개를 돌아다니게 하면 처벌받습니다’고 러시아어로 적힌 경고문이 붙어 있지만 소용이 없다. 부두에서 일하는 손모(52)씨는 “두 번이나 물린 적이 있어 차로 이동하고 걸을 때도 몽둥이를 갖고 다닌다 ”고 말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이 자유롭게 출입하기 어려운 부두 안 러시아 유기견들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관할 자치단체인 사하구와 서구도 부두에서 유기견 발견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출동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당연히 유기견 숫자가 얼마인지 통계도 없다.

러시아는 광견병 발병 국가다.

경상대 김석(수의학과) 교수는 “러시아 유기견은 해외 전염병을 옮길 수 있어 문제가 된다. 발견 즉시 살처분하거나 별도 시설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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