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치료는 축축한 상태서 딱지 안 생겨야 빨리 아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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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7면

"아직도 상처가 난 뒤 딱지가 앉아야 잘 치료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습윤(濕潤)드레싱제 '메디폼'을 개발, 최근 약국에 출시한 박명환(바이오폴 대표·사진)박사. 그는 가정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면서도 가장 잘못 치료하는 질환이 외상 또는 화상·욕창에 의한 상처라고 안타까워한다.

"서양의학에서도 상처를 건조한 환경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1972년 첫 드레싱제가 등장하면서 상처는 축축한 상태에서 빨리 회복되고 흉터도 적게 생긴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죠."

일반적으로 상처를 입으면 피와 함께 진물이 나온다. 진물은 세균을 죽이고,상처부위를 깨끗하게 씻어주며 아물게 하는 첫번째 인체 반응이다.

상처 회복의 다음 단계는 기저세포의 활동. 표피와 진피층 사이에 존재하는 이 세포는 새로운 재생세포를 계속 만들어 피부를 복구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저세포에서 만든 재생세포가 아래층에서 위로 올라가 벽돌을 쌓듯 위에서부터 상처를 덮는다는 것. 진물이 있는 습한 상태가 건조한 상태보다 피부 재생에 유리한 것은 바로 재생세포의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른 가제나 반창고로 덮어놓는다거나 상처가 말라 딱지가 앉으면 피부 재생이 늦을 뿐 아니라 흉터가 남게 된다.

또하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피부 재생을 돕는다는 연고제. 단순한 항생물질이어서 피부재생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피부재생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단점이 있다.

그가 개발한 습윤 드레싱제는 진물을 적당히 흡수하면서 상처부위의 습기를 유지해주는 일종의 인공 피부. 서울대병원 민경원 교수팀이 지난해 말 대한성형외과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4개월간 30명에게 테스트한 결과, 메디폼의 피부재생 효과가 외국산보다 뛰어났다고 한다.

특히 부착이 쉬운 두께 2㎜의 가정용과 욕창용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최근 중국 젠데사와 8년간 1천만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싱가포르에 2백50만달러 수출을 합의한 상태.

박박사는 "환부의 습윤상태를 잘 유지할 경우 진물이 나오는 상처는 4∼5일, 화상으로 인한 상처는 9일 정도면 새 살이 돋는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kojok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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