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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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른 것, 그만 그리워하고

스스로 그리움 되어야 하는 정신,

한 소쿠리 따 담은 뒤

깊이 파내린 움구덩이에

뚝뚝 떨궈두어야 한다

그만큼 바람 속에 내어놓고

그만큼 땡볕 속에 내어놓고

나 스스로 나를 울렸으면

이제 드높은 그리움 되어야 한다

―한영옥(1950∼ ) '10월의 눈물' 중

그리움의 화살표는 안에서 밖으로인 줄로만 알았더니 가을은 제 안으로 그리움의 화살표를 긋는구나. 스스로가 그리움이 되어야 하는구나. 욕망도 그리움이란 말로 바꾸어놓고 보니 정말 드높아 보이네. '정신'이 되네. 그리움의 맨살에 찍힌 바람과 땡볕의 깊은 손자국, 그 무게가 안으로 실리네. 자알 통과했어. '정결한 한 손바닥 위에'('10월의 눈물') 빠알간 홍옥 한 알씩을 서로 얹어 주자.

정진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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