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마지막 보루 삼성전자 30만원 지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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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지난 27일 삼성전자 주식의 종가는 30만9천5백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1.43%(4천5백원) 떨어졌다. 특히 지난 주에는 26일 하루만 올랐을 뿐 내내 뒷걸음질했다. 만약 30만원 선이 깨진다면 지난 1월 21일(29만1천원) 이후 처음이다. 이 경우 증시의 투자심리가 더욱 움츠러 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거래소 시가총액의 17%나 차지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사도 되는지 궁금해 하는 투자자도 많이 생겨날 전망이다.

국내 증시의 간판주인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30만원선을 지켜낼 지가 증시의 앞날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하반기 상황 재연될까=일부 전문가들은 자칫 삼성전자 주가가 2000년 하반기처럼 증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 30만원선이 무너지기 전에는 종합주가지수와 다른 대형주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덜 떨어졌다.

<그래프 참조>

그러나 2000년 8월 31일 30만원선이 무너지자 이후 삼성전자는 하락폭이 커지면서 증시 침체의 골을 깊게 했다. 같은 해 8월 31일부터 10월 말까지 종합지수는 28.4% 떨어졌지만 삼성전자는 54.3%나 하락했다.

공교롭게 최근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월 이후 지난 27일까지 지수는 16.5% 떨어졌지만 삼성전자는 9.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처럼 덜 빠진 것은 1, 2분기에 각각 2조원 전후의 영업이익을 낼 만큼 실적이 좋았던 데다 회사 측이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회복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데다 D램·LCD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를 둘러싼 수급여건도 좋지 않다.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펀드 내 삼성전자 편입 비중을 한도(18.3%) 가까이 높였기 때문에 더 사고 싶어도 여의치 않다.

미국증시 급락세에 놀란 외국인도 당분간 삼성전자를 공격적으로 살 가능성이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원은 "이번에 삼성전자 주가가 3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 멀지않은 시기에 주가가 24만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종합주가지수는 588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30만원 무너져도 많이 안 빠진다"=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향후 삼성전자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편이다. 삼성전자가 3, 4분기에도 각각 2조원 가까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업구조가 과거보다 훨씬 다변화돼 반도체경기 회복이 늦어져도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커졌다는 점도 이유로 꼽는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성인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00년까지만 해도 단순한 메모리 업체였지만 지금은 휴대전화·LCD 부문의 사업비중이 커졌다"며 "3분기 영업이익은 1조9천1백억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좋은 실적이 주가를 떠받쳐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설사 30만원이 무너져도 금세 30만원대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굿모닝투신운용 강신우 상무는 "2000년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정보기술(IT) 경기 버블(거품)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지만 지금은 IT경기 회복 직전이라는 점에서 주가가 30만원 밑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전략은=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펀더멘털에 비해 낮게 평가돼 있는 만큼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사놓으면 향후 증시 분위기가 호전될 때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므로 장기 투자자라면 지금 주식을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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