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단위 절하 재임중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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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국제통화기금(IMF)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박승(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내에 화폐단위를 낮추는 화폐개혁(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朴총재는 29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열고 "국내화폐의 단위가 달러 등 국제통용화폐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아져 사회적·심리적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재임 중 주요 목표로 화폐단위 절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朴총재는 특히 "화폐단위를 조절하면 고액권 발행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며 "재경부·청와대·국회와 협의를 거쳐 재임기간에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고액권 발행보다는 화폐단위 변경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화폐단위 변경은 남북통일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연구할 사안"이라며 "현재의 화폐단위에서 고액권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종민 국민대 교수는 "화폐단위가 달라지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충격이 큰 만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데도 고액권 만들기를 자꾸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폐단위 변경과 관련, 朴총재는 "이는 금융의 선진화·국제화를 위한 것으로 과거 실시했던 강압적인 화폐개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전제한 뒤 "실시할 경우 2∼3년간의 구화폐 병행 사용, 화폐 교환시 익명 보장, 2중 가격표시제 등의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미 내부적으로 화폐교환비율·화폐단위명칭 등 화폐단위 절하를 위한 연구작업에 착수했다.

◇디노미네이션=화폐의 단위를 낮추는 제도변경을 말하는 것으로 예컨대 1백대 1의 디노미네이션을 한다면 구화폐 1백원이 신화폐 1원이 된다.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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