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즐거운 오디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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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블랙박스 같은 오디오는 가라.'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주변 가구와도 어울리지 않아 집 꾸밀 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기 쉬운 오디오. 하지만 유럽 등의 유명 오디오 브랜드들은 감성(感性)적인 디자인을 통해 오디오를 인테리어의 핵심 품목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덴마크의 뱅앤울룹슨(B&O)은 오디오가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하게 만든 브랜드. 오디오 본체에 CD 6장을 일자로 걸 수 있도록 디자인한 '베오사운드 9000'과 아랫부분이 연필처럼 뾰족한 연필모양 '베어랩 8000'스피커(사진(下))가 그런 예다. 높이 1m가 넘는 '베오랩 8000'은 좁은 공간에도 세워 놓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한 '스피커는 검정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노랑·파랑·초록·와인색 등 파격적인 색상의 제품을 내놔, 집안 분위기·배치할 공간의 벽지·가구색 등에 따라 원하는 색을 고를 수 있다.

극도로 단순한 디자인은 B&O의 또 다른 특징이다. 37년간 B&O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는 디자이너 데이비드 루이스(63)는 "부피가 큰 제품은 현대인들에게는 복잡함과 거부감을 준다"는 말로 '단순함'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스위스 브랜드 리복스는 사이버 감각이 돋보이는 '익셉션'과 '엘레강스'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알루미늄 외장을 사용한 제품들이 도시적인 느낌을 준다.

영국 회사 KEF의 'Q시리즈'는 깜찍한 반구(半球)형 스피커로 소비자 감성에 도전한다.

일본 오디오 회사 나카미치의 '사운드 스페이스 9' 시리즈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메인 컨트롤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사운드 스페이스 11'과 '사운드 스페이스 21'은 집안 어디에나 어울리는 세련된 모양의 길고 슬림한 스피커를 갖췄다.

이런 오디오들이 겉모습만 그럴듯한 것은 아니다. 첨단 기능들을 디자인에 접목시켰다. 나카미치 '사운드 스페이스 9'의 메인 컨트롤 시스템에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네 모서리에 3개의 CD플레이어와 라디오가 자리잡고 있다.

B&O의 경우에도 오디오에 자동 센서 감지 기능을 내장해 손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CD 덮개가 열리게 하고,리모컨을 전화기로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B&O의 토번 소렌슨(51)대표는 "복잡한 기능으로 제품을 채우는 것보다 사용하기 편하면서 단순한 디자인을 만드는 게 더 어렵다"며 "필요한 기능만 아름다운 디자인에 접목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스투어(덴마크)=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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