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경관 피살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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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북 전주 금암파출소 내 심야 경관 피살 사건은 경찰관서 안에서 근무 경찰관이 끔찍하게 살해됐다는 점에서 큰 충격이다. 추석 특별 방범령 속에서 사건이 발생한 데다 권총과 실탄까지 탈취당하는 바람에 제2의 범행 가능성도 있어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수사 단서조차 찾지 못할 만큼 유류품이나 지문 등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은 점으로 미뤄 단순 우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흉기의 크기나 상처 부위와 깊이, 잔인한 수법 등으로 미뤄 예사로운 솜씨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어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경찰의 기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다. 경찰관서가 피습당해 근무 경관이 피살되고 총기까지 빼앗긴다면 치안부재 상태나 다름없는 셈이다. 자신의 생명도 못 지키는 경찰이 어찌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쓰여야 할 총기가 범인 손에 넘어가 범행도구로 둔갑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피습 파출소가 대도시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대로변인 데다 경찰 16명이 의경 2명의 지원을 받아 3교대 근무 중이었다면 현실적으로 근무 여건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전국 2천9백30개 파출소의 상당수가 이보다 근무 환경이 나쁘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곳이 더 걱정이다.

지난해부터 전면 실시된 3부제 근무로 전국에서 경관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부제에 필요한 경관 9백70여명의 증원이 아직 제대로 안됐기 때문이다. 또 장식품에 불과한 사고 파출소의 아날로그 방식 CCTV처럼 낡은 장비나 시설도 문제다. 경찰 인력 보강이나 시설·장비 현대화 예산은 정부가 우선 지원토록 해야 할 것이다.

경찰 살해범은 반드시 붙잡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공권력이 무력화되면 서민에게 가장 먼저 피해가 돌아간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경찰은 범인 검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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