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 對 하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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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엊그제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현장에서 하순봉(한나라당)·천용택(민주당)의원의 다툼은 국회의 추잡한 단면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그 장면은 시정잡배의 행태를 그린 저질 코미디를 빼닮았다. 거친 표정, 뒷골목에서나 뱉을 욕설, 험악한 삿대질, 우리편·네편을 가른 맞장구치기에다 소품(유리컵·생수병)까지 등장했다. TV뉴스를 보던 국민은 어이없어 한참 웃다가도 '우리 국회가 조폭만도 못하다'는 한심한 생각을 하게 됐다.국민 대표로서의 품격·정책 경쟁은 팽개친 채 사생결단식의 대선 승리에만 매달려 있는 정치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드러난 것이다.

소동은 병풍(兵風)과 관련한 河의원의 도발적 질문에서 시작했다. "千의원이 국방장관 때 김대업 같은 파렴치한 사기꾼을 수사에 가담시켰다"고 주장하자, 千의원은 "이회창이 별거야. 김대업이가 어쨌단 말이야. 너희가 지저분하지"라고 거칠게 받았다. 곧바로 "말같지 않은 소리마"(河), "이회창이 대통령 되면 이민 갈거야"(千)라는 고함이 터졌다."인간 말종이야"(河), "너희들은 안 그랬어"(千), "이 새끼"(河)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千의원은 생수병을 들어 내리치려다 말았고, 河의원은 유리컵을 들려하자 주변에서 말렸다. 국민은 적개심과 경멸이 넘칠 올 대선의 진흙탕 싸움을 미리 보는 듯해 기가 막힌다.

두 사람의 막말 추태는 상습적이다. 千의원은 지난달 같은당 의원을 "돌로 치고 싶은 심정"이라고 언어 폭행을 했고, 河의원은 "배가 흔들리면 쥐새끼들이 왔다갔다 한다"고 당내 소장파를 비난한 적이 있다. 둘 모두 권력 흐름에 민감하다는 비아냥을 주변에서 들어왔고 이번 충돌도 과잉충성 탓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런 식으로 국감이 진행되다간 소모적 정쟁의 부실감사가 될 수밖에 없다. 국감에 진지하게 다가서기 위해서도 국회의 권위를 망가뜨린 두 의원에 대해 국회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 양당 지도부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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