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 “가까이 하기엔” … 경계하는 친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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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재·보선 결과에 대해 박근혜(얼굴) 전 대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서울 은평을에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당선된 데 대해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정치인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 국회에 다시 진출한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당·정·청이 정말 잘해야 한다. 국민의 심판이 얼마나 무서운지 체험하지 않았느냐”고만 말했다.

이 당선자의 여의도 입성을 보는 친박계 인사들은 그만큼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노골적으로 싫은 감정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선뜻 축하하지도 않았다. 친박 인사들은 “2008년 총선 때처럼 또 우리를 쳐내려 들면 당내 계파 갈등이 극심해질 것”이라며 견제하는 시각과 “이 당선자의 역동적 모습이 오히려 박 전 대표를 자극해 적극적인 행보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했다.

한 친박 의원은 “이 당선자는 아직까지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비유했다. 상당수 친박 인사는 2008년 총선 당시 ‘친박계 학살’에 이 당선자가 개입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대선 경선이 끝난 2007년 말엔 친박계 인사들의 태도를 문제 삼은 이 당선자를 향해 박 전 대표가 “오만의 극치”란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후 이 당선자는 총선에서 낙선해 야인 생활을 거쳐 국민권익위원장 자리에 올랐지만 박 전 대표 측과의 화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당선자에 대한 친박인사들의 견제심리는 2012년 총선·대선 정국에 대한 우려가 깔렸다. 대부분의 친박 인사는 이 당선자가 국회로 돌아와 당분간은 자제하겠지만 곧 대권 행보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스스로 대선 후보를 향해 뛸 가능성이 크고, 특정 인사를 지지하는 ‘킹 메이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박 전 대표를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한마디로 당이 매우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도 이제 정치적 행보를 재개해야 하는데 이 당선자의 활동이 오히려 박 전 대표에게 움직일 기회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은평을 선거와 별개로 친박인사들은 인천 계양을의 이상권 후보와 충남 천안을의 김호연 후보가 당선하자 반색했다. 이 당선자는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도왔고, 김 당선자는 박 전 대표가 졸업한 서강대 총동문회장으로 2008년 총선 당시 박 전 대표가 지원 동영상을 보낼 만큼 가깝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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