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자의 여의도 입성을 보는 친박계 인사들은 그만큼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노골적으로 싫은 감정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선뜻 축하하지도 않았다. 친박 인사들은 “2008년 총선 때처럼 또 우리를 쳐내려 들면 당내 계파 갈등이 극심해질 것”이라며 견제하는 시각과 “이 당선자의 역동적 모습이 오히려 박 전 대표를 자극해 적극적인 행보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했다.
한 친박 의원은 “이 당선자는 아직까지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비유했다. 상당수 친박 인사는 2008년 총선 당시 ‘친박계 학살’에 이 당선자가 개입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대선 경선이 끝난 2007년 말엔 친박계 인사들의 태도를 문제 삼은 이 당선자를 향해 박 전 대표가 “오만의 극치”란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후 이 당선자는 총선에서 낙선해 야인 생활을 거쳐 국민권익위원장 자리에 올랐지만 박 전 대표 측과의 화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당선자에 대한 친박인사들의 견제심리는 2012년 총선·대선 정국에 대한 우려가 깔렸다. 대부분의 친박 인사는 이 당선자가 국회로 돌아와 당분간은 자제하겠지만 곧 대권 행보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스스로 대선 후보를 향해 뛸 가능성이 크고, 특정 인사를 지지하는 ‘킹 메이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박 전 대표를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한마디로 당이 매우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도 이제 정치적 행보를 재개해야 하는데 이 당선자의 활동이 오히려 박 전 대표에게 움직일 기회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은평을 선거와 별개로 친박인사들은 인천 계양을의 이상권 후보와 충남 천안을의 김호연 후보가 당선하자 반색했다. 이 당선자는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도왔고, 김 당선자는 박 전 대표가 졸업한 서강대 총동문회장으로 2008년 총선 당시 박 전 대표가 지원 동영상을 보낼 만큼 가깝다.
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