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69조 증가… 작년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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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시중에 과연 돈이 얼마나 풀렸기에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걱정하는 것일까. 요즘 많은 사람이 갖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중심 통화지표인 총유동성(M3)의 증가율은 13%대로 올라서 한은이 설정한 감시 범위(8~12%)를 넘어선 상태다.

그렇지만 한은은 금리를 높이는 것 외에 돈을 직접 빨아들일 마땅한 수단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통화관리 방식을 콜금리 목표치 중심으로 바꿨기 때문에, 콜금리가 그대로인 한 한쪽에서 돈줄을 죄어봐야 다른 쪽으론 돈을 풀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얼마나 풀렸나=한은은 외환위기 이후 중심 통화지표를 M2 (총통화=현금+은행 요구불·저축성 예금)에서 M3(총유동성=M2+보험·투신 등 전 금융권의 예수금+금융채·어음)로 바꿨다. 은행 예금을 기초로 한 M2만 봐서는 시중 자금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의 경우 M2 증가율은 무려 30.2%에 달했지만, M3 증가율은 5.6%로 매우 안정된 모습이었다.

올해 한은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통화유통속도 등을 감안해 M3의 적정 증가율을 8~12%로 설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9.6%를 기록했던 M3증가율은 올 1분기 중 12%선을 넘어서더니 2분기에는 13.7%로 감시범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6월 말 현재 M3 총액은 1천92조원으로, 올 상반기 중 69조8천억원이나 늘었다. 이같은 증가액은 지난해 상반기(36조9천억원)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이는 주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박승 한은총재는 "올들어 8월까지 가계대출은 67조원이나 늘었는데, 이중 40조원 정도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어떻게 조일까=콜금리를 올리는 방법 말고, 그나마 유효한 수단은 한은이 은행에 저금리(연 2.5%)로 돈을 대주는 총액한도대출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중소기업지원 등을 이유로 공급되는 총액한도대출은 지난해 9·11 테러사태 이후 2조원을 증액해 현재 11조6천억원에 달한다. 현재 한은은 지난해 늘렸던 2조원을 다시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한은도 실효성에 대해선 자신 없어 한다. 은행들은 현재 콜금리(4.25%) 수준에서 얼마든지 구멍나는 자금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콜금리 목표치를 유지해야 하는 탓에 4.25%에 돈을 쓰겠다는 곳이 있으면 계속 자금을 대야하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이명호 연구위원은 "현재 콜금리와 통화량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며 "금리를 올리지 않고는 통화량을 조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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