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누구 편을 들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제1보 (1~30)=스코어는 2 대2. 1인자 이창호9단과 도전자 이세돌3단의 힘은 팽팽하기만 하다. 드디어 최종국까지 왔는데 이제 하늘은 누구 편을 들 것인가.

8월 13일 오전 10시, 한국기원.

다시 돌을 가려 도전자가 흑을 잡았다. 왕위전의 주최사인 중앙일보 외에도 방송 등 많은 매체들이 이 한판을 주목하고 있었다. 李3단이 이긴다면 바둑사의 새 장(章)이 열린다. 지금으로부터 11년전 왕위전에서 16세의 소년강자 이창호가 당대의 1인자 조훈현9단을 4대3으로 꺾었다. 이창호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와 비슷한 사건이 오늘 일어날 것인가.

흑의 중국식 포석으로 바둑이 시작됐다. 중국식이란 모양을 편 다음 공격에 무게를 두는 포진. 그러나 30까지의 흐름은 영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흑이 실리를 챙기고 백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국후 李3단은 말했다.

"포석에서 실패한 느낌이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13은 14에 붙이는 수도 유력했다. 일단 14로 막힌 다음엔 30까지의 수순이 거의 필연이었기 때문이다. 21로 젖힌 것이 과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도 있었다. 그러나 21로 <참고도> 흑1로 뻗으면 백도 이번엔 A의 모자 대신 2로 푹 들어가 전혀 다른 바둑이 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협찬:삼성카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