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건축비 8억 누가 믿나" 청와대 "실내정원 1.5평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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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축 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사저(私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아방궁"이라며 연일 포문을 열었다. 대선 득표의 주요 원천인 '반(反)DJ 정서'를 자극하겠다는 의도다. 청와대는 "정치공세가 지나치다"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여론이 나쁘게 형성될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13일 "엄청난 수재로 국민이 고통스러워 하는데 대통령이 건축비만 30억원 넘는 호화주택을 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청와대는 자금 출처에 대해 얼버무리지 말고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사저와 그 옆의 아태재단 건물을 지하통로로 연결한다는 말도 있다"며 "그런데도 건축비가 8억몇천만원밖에 안 든다는 청와대 주장을 누가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영등포와 화성 땅을 장애인을 위해 헌납하겠다던 약속을 깨고 그 땅을 몰래 처분한 대통령이 초호화판 사저를 지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청와대는 사저 신축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규택(李揆澤)원내총무는 오는 16일 시작될 국회 국정감사에서 동교동 사저 신축자금의 출처 등을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이회창(李會昌)후보의 '호화빌라'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나라당은 이번에 이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도 12일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13일엔 적극 대응으로 자세를 바꿨다.

보도자료를 통해 "사저에 방(8개)과 욕실(7개)이 많은 것은 대통령 부부를 보좌할 직원들 때문" "실내정원(Sunken Garden)이 있다고 하지만 이는 채광창(採光窓)으로 지하층을 밝게 하는 용도의 1.5평 소형시설로 나무 한 그루 정도만 심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축비와 관련, 청와대는 "모두 8억8천만원이 소요된다"며 "대통령 내외의 등록된 재산 중 저축 3억원으로 비용 일부를 지불하고, 나머지는 완공 후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아 충당할 예정"이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동교동 사저에 대한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번째"라며 "이제 그만하라"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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