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도 고객을 생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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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농민들이 기업인이나 도시민 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농업 발전은 어렵다. 농민들이 농업 이외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경해야지 그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고객을 내치는 격이다." 김동태(金東泰·사진) 농림부장관이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조찬간담회에서 농민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박용성(朴容晟)상의회장의 "농림부는 농민부, 노동부는 노동자부"라는 발언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金장관은 이날 "우리 농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잘 조직화돼 있다는 프랑스 농민들보다 더 조직화돼 있고 목소리도 크다"며 농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농정 목표에 '소비자를 만족하는 생산·유통'이란 문구를 처음 넣었다. 생산량이 모자라던 예전엔 많이 생산하는 게 중요했지만 요즘엔 소비자의 기호·성향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金장관은 영국의 예를 들며 "토니 블레어 총리가 농림수산부의 명칭을 환경·식품·농촌부로 바꾸면서 농업이란 단어를 뺐다. 이는 농업을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생산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농업정책을 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간부들에게도 농민들의 입장에서만 보지 말고 폭넓게 생각하라는 주문을 자주 한다.

관료들부터 과거 '증산시대'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金장관은 농림부의 조직을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金장관은 "농림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지만 전후방 연관산업까지 고려하면 14%에 이르고 농촌은 환경 유지뿐 아니라 노령인구의 상당수를 부양하는 사회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농업·농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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