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파업, 환자를 생각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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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백12일째 파업 중인 서울 강남성모병원과 경희의료원에 경찰이 투입돼 농성 노조원들을 강제 해산함에 따라 전국보건의료노조 산하 전국 8개 병원의 장기파업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우리는 환자를 볼모로 한 소모적인 노사(勞使) 극한대립은 이제 끝내야 하며, 이를 위해 노사가 성의있는 협상에 나서고 정부도 적극 중재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파업은 감정대립으로 악화일로를 걸어온 측면이 강하다. 당초 임금인상과 비정규직 처우개선, 사학연금 부담금 비율 인상 등을 놓고 대립하다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를 노조 측이 거부하면서 '불법 파업'으로 치달았다. 그후엔 무노동-무임금 적용이나 민형사상 책임, 징계 문제로 쟁점이 옮겨진 상태로 시간을 끌어왔다.

노조는 사측이 병원의 필수공익사업장 규정을 악용한다고 주장하고, 병원은 노조 측의 불법 파업을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은 노조 간부 고소·고발, 조합비·임금·재산에 대한 가압류 등 강경책으로 일관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피해는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병원 건물에서 농성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확성기를 틀어놓아 환자들에게 괴로움을 준 노조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병상 가동률이 40~60%에 머물고, 일손 부족으로 수술이 지연되는 일이 잦았으니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은 짐작할 만하다. 물론 노조의 불법 파업을 이유로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병원 측의 책임도 크다.

경찰 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상화의 전망이 밝지 않아 걱정이다. 노조 측이 상급 노동단체 등과 연대해 더욱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환자의 고통은 계속되고 사회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노사가 하루 빨리 대화 테이블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도 개별 사업장 분규에 개입하기 곤란하다며 물러서 있지만 말고 병원이 특수사업장임을 감안해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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