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에 말려든 '映風' 코미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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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코미디물인 영화 '보스 상륙작전'을 둘러싼 홍보전략의 해프닝 전말을 지켜보면서 과연 이래도 되나 하는 탄식을 하게 된다. 문제의 영화를 선전하는 홍보팀은 개봉 전 '장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로 곤경을 치른다는 보도자료까지 냈으나 정작 영화에서는 후보 자신의 병역비리로 바꿨다. 그리고는 홍보전략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들의 엇갈린 희비와 조폭의 정계 입문 로비를 룸살롱 호스티스들이 막아냈다는 게 이 영화의 줄거리다. 그러나 홍보전략으로 채택한 경찰복을 입은 도우미들의 홍보전단지 거리 배포,'대한민국 검찰, 룸살롱 개업'이라는 문안의 대중매체 광고,'먼저당''장나라당'을 내세우며 '대선에서 이런 사람 찍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실린 전단지 배포 등은 실제가 아닌 것을 현실처럼 혼동하게 하려는 것이었음이 홍보담당자에 의해 밝혀졌다.

홍보가 사실에 기초해 공중을 설득함으로써 긍정적 효과를 얻어내는 것임을 상기할 때 홍보 전문가들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윤리마저 망각한 행위라 할 것이다.

근래 우리 사회에는 홍보의 효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뉴스거리'를 양산하는 부정적인 경향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공중의 판단을 무력화시키는 이런 태도야말로 위험하다. 영화란 사회 현실을 고발하는 중요한 미디어다. 영화에도 없는 사실을 부풀려 영화 띄우기에만 급급한다면 영화산업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영화 내용을 알아보지도 않은 채 '영풍(映風)' 운운하며 발끈한 한나라당의 초기 대응이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홍보전략을 성공시켰다. 사소한 풍설에 휘말려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회집단들이 있는 한, 홍보인들이 홍보 만능주의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홍보전략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전문홍보인을 배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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