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스 데이비스 '카인드 오브 블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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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재즈 1백년사에서 가장 위대한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사람 중의 하나인 마일스 데이비스(1926~91)는 재즈의 진보를 주도해온 선지자적인 인물이다.

정형화된 음악의 틀을 박차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재즈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던 그는 철저하리만큼 매너리즘을 경계하며 혁신적인 자기 변신을 이뤄냈다.

비밥의 전성기에는 '버스 오브 더 쿨'(49년)을 발표해 쿨 재즈의 등장을 예고했고, 록과 재즈를 결합한 '비치스 브루'(69년)로 퓨전 재즈의 탄생을 도모하는 등 재즈가 한계점을 드러낼 때면 어김없이 새로운 구원의 메시지를 들고 나와 재즈사의 새 장을 펼쳐보였다.

가능성 있는 신예들을 발굴해 최정상의 연주가로 키워내는 탁월한 능력은 데이비스가 지닌 미덕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그의 카리스마를 경험한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재즈의 역사를 풍요롭게 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트럼펫 연주자이자 작곡가이며 밴드의 리더로서 데이비스는 이렇듯 50년대 이후의 재즈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이다.

반세기에 걸친 그의 음악여정에서 '카인드 오브 블루'(59년)는 그 정점에 서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자 재즈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걸작중 하나다. 데이비스의 창조적인 영감 아래 재즈의 성자 존 콜트레인(테너 색소폰)과 찰리 파커를 계승한 캐논볼 애덜리(알토 색소폰), 베이스의 달인 폴 챔버스와 드러머 지미 콥, 그리고 빌 에번스·윈튼 켈리(피아노)와 같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미리 짜인 화성에 기초하지 않고 음계 진행으로 음악을 이끌고 나가는 새로운 방법으로 즉흥연주의 묘미를 극대화시킨 것이야말로 이 앨범이 지닌 진정한 가치라 할 수 있다. 연주자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최대한 발휘된 각본 없는 드라마와도 같은 연주의 진행은 기존의 방식을 무너뜨리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한 번의 새로운 시도로 그칠 수 있었지만 뮤지션들의 완벽한 호흡은 이 앨범을 재즈 역사상 가장 중요한 앨범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재즈를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킨 진정한 명반이다.

<재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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