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 D-15 ]슈뢰더-슈토이버 살얼음 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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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는 22일 실시되는 독일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전 같으면 지금쯤 승패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지만 이번엔 아직 오리무중이다. 집권 사민당과 제1야당인 기민·기사당 연합이 예측불허의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막하의 지지율=지난 1월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 주지사가 기민·기사당 총리후보로 선출된 이후 사민당의 지지율은 기민·기사당에 계속 뒤져왔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기민·기사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을 고비로 양대 정당의 지지율은 백중세로 돌아섰다.

5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알렌스바흐의 조사에서 기민·기사당의 지지율은 39.1%로 사민당의 34.2%에 여전히 앞섰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인프라테스트 디마프의 조사에서는 기민·기사당 40%, 사민당 39%로 나타났고, 포르자는 나란히 양측이 3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중요한 사실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기민·기사당의 지지율이 정체, 혹은 다소 하락하는 반면 사민당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이 독일 역사상 가장 치열한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슈뢰더 도운 대홍수=사민당의 약진은 무엇보다 지난달 발생한 대홍수 때문이다. 동부 독일을 휩쓴 1백50년 만의 대홍수를 맞아 보여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위기관리 능력이 인정받으면서 사민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엘베강이 넘치자 슈뢰더는 곧장 현장으로 달려가 이재민을 위로했고 수해복구자금 조달을 위해 내년으로 예정된 감세조치를 1년간 유예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다. 개인 지지도에서 늘 슈토이버에 앞서온 슈뢰더의 인기가 정당 지지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홍수는 특히 여당 의원이 대거 연루된 마일리지 스캔들마저 국민의 뇌리에서 휩쓸어 가버려 슈뢰더에겐 그야말로 천우신조였다.

◇여론 꿰뚫은 이라크전 반대=슈뢰더가 이라크전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총선을 의식한 외교적 도박의 성격이 강하다. 좌파의 결집을 촉구하기 위한 이 도박은 그러나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이 이라크전에 반대하고 있어 중간층으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신이 난 슈뢰더는 대미 비난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고, 당초 이라크전 지지에서 어정쩡한 입장으로 후퇴했던 슈토이버도 최근엔 결국 반대로 돌아섰다. 이번 총선의 유일한 외교 쟁점인 이라크전 문제에선 슈뢰더가 승리를 거둔 셈이다.

◇문제는 실업=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실업으로 대변되는 경제난이다.4일 발표된 지난달 실업자수는 '마(魔)의 4백만명'을 넘었다. 호재를 만난 야당은 "슈뢰더가 실업자를 3백5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던 1998년 선거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연일 정부를 공격하면서 슈토이버가 독일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고 소득은 가장 높은 바이에른 주지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민당은 이같은 경제난이 자신들의 실정 때문이 아니라 미국 등 국제 경제의 영향 때문이며, 실업자수도 감소 추세에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공감하는 국민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게 사민당의 고민이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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