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기탁 창구 만들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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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이은 집중호우와 태풍 때문에 수재민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피해 복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궁리한 끝에 입던 옷이나마 정성스럽게 세탁해 수재민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가까운 행정기관인 동사무소에 갔더니 수재 의연품은 받지 않는다며 구청 사회복지과로 가져가라고 했다. 다른 볼일이 있었지만 수재민의 아픔을 생각하며 구청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옷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무거운 옷 상자를 들고 동사무소와 구청을 오가다 보니 다시 그 짐을 들고 돌아갈 길이 막막했다. 결국 옷상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괜히 나서서 헛걸음만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언론에서는 수재민들이 맨몸으로 나와서 갈아입을 옷조차 없다는 소식이 계속 나오는데, 행정기관에서는 구호품을 받을 수가 없으니 직접 사회시설에 갖다주라고 한다. 꼭 금전적인 도움이 아닐지라도 이런 작은 정성을 쉽게 전할 수 있게 행정기관에서 통로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이경준·부산시 북구 덕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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