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돈 가뭄 언제 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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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에 따라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재 증시 상황이 투자자들을 흡입할 만큼 매력이 없기 때문에 당장 돈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예탁금의 증가는 다소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당장 비교할 순 없으나 거래소 시장의 거래대금은 4일 2조2천억원대였던 것이 5일엔 2조2백억원대로 오히려 줄었다. 종합주가지수 역시 사흘째 하락하며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LG증권 황창중 팀장은 "주식시장으로 모이는 자금은 고수익을 노린 자금이라면 부동산 자금은 다소 보수적인 자금이어서 즉각적인 대체관계가 없다"며 "미국 시장이 완전히 되살아났다는 판단이 서기 전까지는 추가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부양책이 발표된 1990년과 92년 주가는 대책 발표 후 3개월간 각각 18포인트,12포인트씩 하락했다.

지난 3월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줄인다는 방안이 나왔을 때도 주가는 3개월간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일단 부동산으로 유입되던 자금이 채권이나 단기 예금쪽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황정현 연구원은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주식쪽보다 채권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부동산 안정대책에 따른 자금이 서서히 증시로 유입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바람에 경기가 하강하는 기간에도 부동산이 이례적으로 호황을 누렸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시가 소외돼 왔기 때문에 부동산 이상급등 요인이 제거되면 증시에도 자금이 유입된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조병준 연구원은 "부동산으로 돈이 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증시 주변자금 여건이 좋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이제 바닥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중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자금 흐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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