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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막내리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울 지마, 우니까 더 재수 없다."

"알았다, 개새끼야. 안 운다, 개새끼야. 미안하다, 개새끼야. 밥이나 처먹어."

왜 욕이 판을 치냐고? 어, 알고보니 TV 드라마 대사였네. 공중파 방송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그래도 될 것 같다. 적어도 '네멋대로 해라'에서 만큼은.

아들의 불치병을 알게 된 아버지는 급기야 자살한다. 복수(양동근)는 자신의 비밀을 누설해 아버지를 죽게한 미래(공효진)에게 비난대신 "재수 없다"는 말을 던진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미래는 연신 욕을 내뱉으며 자신이 들고온 반찬통을 집어 던진다. 엽기적이다.

"왜 우리 아버지를 죽게 했어?" "정말 미안해."

상황상 적절해 보이는 이런 유의 대사체는 거부한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만한 반어적 상황이 극 전체를 관통한다.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것도 바로 이 사실적인 대사 때문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복수의 등에 쏟아지는 빗방울. 복수는 말한다. "아, 아빠가 하늘에서 오줌을 싸네!"

조폭·소매치기·강력반 형사 등 등장인물의 거친 말들이 귀에 거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극 전반에 흐르는 이야기들은 "기층민의 일반 언어를 표현했을 뿐"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쓰는 일상의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극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자신의 배역에 폭 빠진 연기자들의 열연이었다.

가슴 저 밑바닥 슬픔의 저수지를 깔고 있는 듯한 양동근의 우울한 눈빛, 중성적이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연기력 미흡'이라는 꼬리표를 뗀 이나영, 꾸미지 않은 거친 연기로 사실감을 더한 공효진, 낮잠 자는 아들을 쓰다듬는 행위 하나로도 모든 사랑을 표현한 신구,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아줌마 윤여정…. 각자 튀는 듯 하면서도 보기좋게 서로 녹아드는 이들의 저력은 극을 더욱 빛나게 했다.

특히 주인공 복수역의 양동근은 너무 극에 몰입해서인지 작가에게 "너무 괴롭다. 어두운 이야기는 좀 쓰지 말아달라"는 호소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뇌종양으로 아버지를 잃고 자신마저 삶을 포기하려 하는 복수.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복수는 결국 죽음 대신 전경(이나영)과 함께하는 삶을 택한다. 수술을 마친 복수는 전경과 함께 아버지의 추억이 서린 집에서 불확실한 앞날을 헤쳐 나간다.

박지영 기자

"우리 멋대로 찍어보겠습니다. 자신 있습니다."지난 6월말 MBC 새 수목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제작 발표회. 박성수 PD의 자신감 넘치는 이 한마디에 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대체 뭘 믿고 저러지…. 그러나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그때의 삐딱했던 시선은 따뜻한 관심으로 바뀌었다. 10%대의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든든한 매니어층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네 멋대로 해라'가 5일 막을 내린다. '컬트' 드라마로 추앙받게 만든 그 숨은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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