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섬유 라이벌 6년만에 또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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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국내 화학섬유 업계의 오랜 라이벌 기업인 코오롱과 효성이 고합의 당진·울산 나일론 필름공장 인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산업은행이 주간한 고합 공장 매각 입찰에서 코오롱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자 효성은 '코오롱의 인수 자격에 문제가 있다'며 발목을 잡았다. 당시 코오롱은 효성보다 40억원 많은 4백60억원을 제시했다. 효성 측은 입찰에서 탈락하자 지난달 17일 코오롱이 고합 공장을 인수하면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가 넘어 독점 우려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의신고서를 냈다.

효성은 또 지난 2일 납품 회사들을 모아서 코오롱 인수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효성 이계호 부사장은 "코오롱이 인수하면 필름 시장이 독과점화돼 심각한 경제적 폐해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 김남수 전무는 "필름 시장은 해외에서 제품을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는 완전경쟁 시장이라 독과점의 폐해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양사가 이처럼 첨예하게 맞붙는 데는 햄 등 식품 포장재로 쓰이는 나일론 필름 시장의 사업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올해 시장 규모는 수출 8백억원을 포함해 약 1천원억원. 또 10원어치를 팔면 1원이 남을 정도로 수익성이 좋은 데다 해마다 시장 규모가 20~30%씩 늘고 있다. 두 그룹은 1996년 나일론 원료 생산공장인 한국카프로락탐의 민영화를 둘러싸고 법정공방까지 벌인 바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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