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부동산서 증시로 돌아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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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아시아 주요 국가의 증시가 동반 하락한 와중에서 거래소 시장이 많이 오른 것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란 분석이다. 유동성 장세란 주식시장에 시중의 부동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말 이후 유동성 장세 기대감이 일고 있는 것은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몰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물꼬를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때문. 즉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여기에 몰려든 자금이 수익률이 낮은 은행 예금보다는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주식시장으로 몰려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전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이 증권·투신사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힌 점이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촉발시켰다. 田장관이 언급한 시중 부동자금은 바로 부동산 시장을 맴도는 자금을 뜻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바람에 최근 증권주와 건설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건설주는 지난 6월 말 저점을 기록한 뒤 큰 폭으로 올랐다. 대표적인 건설주인 LG건설은 6월 26일 이후 3일까지 무려 38% 상승했다.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5.5% 오른 점을 감안하면 건설주는 거래소 평균 상승률에 비해 6배 가량 오른 셈이다.

SK증권은 이와 관련,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거 유동성 장세 때도 증권·건설주들이 장세를 주도하곤 한 것을 감안한 투자자들이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량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SK증권 김대중 애널리스트는 "저금리로 인해 시중 자금이 단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기억제책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부동자금은 자연스럽게 증시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대증권도 이날 발표한 9월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단기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된다면 증권·건설·은행주의 상승세가 돋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동성 장세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부동산 시장을 맴도는 자금과 주식 투자자금의 성격이 다른 만큼 설령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도 주식시장으로 부동산 투자 자금이 오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고객예탁금과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실제로 증가하지 않고 있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식형 펀드 잔고는 9조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미래에셋 운용전략센터 이종우 실장은 "지난해 초에도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등으로 인해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바람에 종합주가지수는 500에서 620으로 급등했었다"며 "그러나 실제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바람에 유동성 장세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주가는 다시 500대 초반으로 밀렸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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