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97년 만남을 기억한다" 이회창 "이번엔 대선후보로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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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가 3일 중국에서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을 만났다.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2일부터 베이징(北京)을 방문 중인 李후보는 인민대회당에서 江주석과 35분간 대화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5년 만에 이뤄졌다. 李후보는 1997년 5월 신한국당 대표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江주석을 만난 적이 있다. 다음은 대화 내용.

▶江주석=다시 한번 중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97년의 만남을 기억한다.

▶李후보=그 때는 여당 대표로 만났지만 이젠 야당의 대통령후보로 만나게 됐다.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선 한·중 간에 공동보조가 필요하다.

▶江주석=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진심으로 바란다. 지난해 (내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도 남한과 대화하도록 권유하는 등 중국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남북한의 우호 증진은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李후보=북한의 경제 기반이 취약하다. 외국의 도움없인 개혁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남한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평화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 평화 정착이 없는 남북 교류는 서해 교전과 같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할 뿐이다.(북한이) 합의하고도 실천하지 않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된다.

▶江주석=남북은 하나의 민족이다. 남북 간엔 모순의 역사가 있으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도 북한 경제의 발전을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李후보의 생각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李후보=중국의 놀라운 경제 발전 속도가 주변국에 긴장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회도 준다고 본다. 江주석의 '삼계(三階)대표론(공산당이 노동자 계급의 정당을 탈피해 자본가와 중산 계급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내용)'은 중국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가 중국에 골치 아픈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관심을 갖고 협조해 주기를 부탁한다.

▶江주석=(탈북자 문제는 외면한 채) 지난 수년 동안 사람들은 공산주의에 대해 너무 간단하게 생각한 것 같다. 삼계대표론은 반드시 관철된다.

두 사람의 대화 시간은 예상보다 짧았다. 한시간 가량의 면담을 기대했던 李후보 측은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이었다. 李후보를 수행 중인 한 관계자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 江주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李후보가 이 문제를 꺼낸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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