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對日청구권 최대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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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최대 현안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일제의 식민지지배 보상, 동북아 안전보장 등 3개 문제를 집중 협의한 후 국교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는 30일 "국교정상화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이야기하겠다"며 "정치적 의사를 갖고 대화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말해 국교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시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게이오대학 교수는 "납치 의혹 등 여러 문제와 국교정상화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납치 의혹=1991년 양국간에 처음 수교회담이 열린 이후 최대 걸림돌이다.일본은 국교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납치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고이즈미는 30일 "납치 의혹 문제는 일본인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83년 영국 유학 중 실종된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惠子·당시 23세) 등 8건에 걸쳐 총 11명이 북한에 납치됐다는 판단 아래 북한 측에 소재파악·정보제공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납치문제는 일본이 과거 청산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작극"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은 지난 18~19일 평양에서 열린 양국간 적십자회담에서도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결정되자 일본에서는 북한 측이 납치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는 해석이 강하다.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다쿠쇼쿠대 교수는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 방문을 결정한 것은 북한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 청산=북한은 2000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제9차 북·일회담 이후 국교정상화의 선결조건으로 ▶과거사 사죄 및 보상▶문화재 반환▶재일조선인 법적 지위 문제 등 4개 항을 요구해오고 있다.

북한은 보상방식과 관련, 일본이 65년 한국과 청구권 협정을 통해 5억달러(유상 2억달러·무상 3억달러)를 지불하고 일제식민지 문제를 해결한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1905년 을사조약 이후 일제 40년간은 물론이고 현재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도 일본이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구체적으로 보상액을 제시한 적이 없지만 한·일 청구권협정 전례를 볼 때 50억~1백억달러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은 이에 대해 과거청산 문제를 우선 처리하면 일본인 납치문제·북한의 미사일개발 문제 등 다른 현안이 공중에 뜰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일괄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은 30일 "식민지 지배 보상을 포함해 태평양전쟁 전후에 걸친 모든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며 유연하게 대처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안전보장 문제=후쿠다 장관은 "북·일 회담은 동북아의 안전·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에 안전보장 문제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런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미사일 개발 중지·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수용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지난해 일본 수역을 침범했다가 침몰당한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 문제도 포함된다.지난달부터 경제개혁 정책을 펼치고 있는 북한이 어느 정도 양보하면서 일본의 경제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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