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영화제작 적극 지원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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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영화 제작자들이 군(軍)과 관련한 오랜 숙원을 풀게 됐다. 지금까지 영화제작에 거의 협조하지 않던 국방부가 29일 "영화제작에 필요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날 '쉬리'의 강제규, '나쁜 남자'의 김기덕씨 등 감독과 황기성(황기성사단 대표)·유인태(기획시대 대표)·이은(명필름 대표)씨 등 제작자, 그리고 배우 안성기씨 등 영화인 19명을 청사로 불러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은 지원방침을 설명했다.

우리 영화계의 경우 일부 반공영화를 제외하곤 군의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이는 결국 군이나 전쟁 관련 영화제작의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왔다. '공동경비구역 JSA'(사진)와 같은 경우 판문점이 배경인데, 군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아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결국 억대의 세트장을 지어 촬영을 했지만 진짜 현장의 리얼리티를 살릴 수는 없었다. 탱크나 헬기 같은 고가 군장비를 사용하거나 군사 시설을 활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여름 미국의 블록버스터 '진주만'의 경우 시사회를 항공모함에서 열었다. 미 국방부가 제작과정에서 항공모함을 비롯한 군장비와 시설 일체를 지원해주었을 뿐 아니라 시사회를 위해 별도로 일주일간 항공모함을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주력 수출상품으로 간주하고 국방부 차원에서 매년 백서를 발간해가며 지원해주는 곳이 미국이다.

우리 국방부가 영화제작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나선 계기도 미국의 '진주만'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영화다. 군의 중요성과 군인들의 애국심을 널리 알리는 데 영화가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군의 소극적 자세가 오히려 군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영상화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는 평가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현재 육·해·공 3군이 각자 자체판단해 지원여부를 결정하게 되어있는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국방부 정책실장(차영구 중장)이 위원장이 되는 별도의 심의기구를 만들어 모든 지원대상을 심사키로 했다. 물론 군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지원을 않거나 제한적인 지원만 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군의 새로운 방침을 적극 환영한다"며 "심의기구에 영화 관계자인 민간인들도 참여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국방부는 영화계의 요구를 수용, 민간인 영화전문가를 심의위원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김민석 전문기자·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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