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컬릿 名家 허시 팔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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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허시 초콜렛' '키세스 초콜렛'의 제조업체로 유명한 '허시푸드'의 매각을 둘러싸고 허시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주민들과 회사측이 대립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지난 26일 스위스의 거대 식음료업체인 네슬레사가 미국 최대의 초콜렛 제조업체인 허시푸드를 1백15억달러(약 14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네슬레가 허시푸드 측에 1주당 82~83달러 정도의 잠정 인수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허시푸드는 지난 23일 뉴욕증시에서 주당 75.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이스터스 초이스 커피 등의 유명상표를 거느린 네슬레는 일단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시푸드 측도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허시푸드의 의결권주 77%를 보유한 '허시 트러스트'는 지난달 허시푸드 경영진에게 이 회사의 지배지분을 매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발표했었다.

허시 트러스트는 허시푸드의 창업주인 밀턴 허시가 1909년 마을의 불우 아동을 돕기 위해 만든 자선법인으로 기금 규모는 54억달러에 이른다.

자산의 절반 정도를 허시푸드에 투자하고 있는 허시 트러스트는 자산 다각화의 한 방편으로 허시푸드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주 중심부에 위치한 허시푸드의 고향 '허시 마을' 주민들과 펜실베이니아 주 정부는 허시푸드의 매각에 결사반대다. 허시푸드의 매각 발표로 허시 마을 주민들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이들은 허시푸드가 팔리면 마을 안의 공장이 폐쇄돼 일자리를 잃게 되고 1백년 이상 이어져 온 지역사회와의 유대도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허시푸드의 매각 저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물은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총장인 마이크 피셔. 차기 주지사를 노리고 있는 피셔는 지난 23일 주 법원에 허시푸드 매각 금지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피셔 총장은 "허시푸드가 외부의 다른 회사에 넘어가면 허시 마을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매각을 막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한 바 있다.

피셔 총장은 이와 함께 '허시푸드의 지배주식을 팔기 전 지역 사회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줄 것을 허시트러스트 측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매각저지 법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시푸드의 주주들은 26일 피셔 총장의 요구를 철회하고 허시푸드의 매각을 그대로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법원에 요청했다. 결국 주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회사와 주정부간의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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