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회복에 高유가 먹구름 배럴당 30弗선서 요지부동… 겨울되면 더 오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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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1배럴당 30달러까지 치솟은 국제유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설(說)로 급등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을 원치 않고 있어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6일 유가 상승이 미 경제의 회복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며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석유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이 다가옴에 따라 기름값은 더 오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OPEC은 공급을 늘리기 위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신문은 OPEC 간부들이 대체로 현재 석유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의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 프리미엄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고(高)유가 상태가 몇달간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과거 미국의 경기침체 때마다 공교롭게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골드먼 삭스는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경우 이로 인해 미국 가정이 더 지게 될 부담이 50억달러에 이르며 가계수지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은 또 원자재값 상승을 불러와 기업들의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기름값 상승으로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업종은 항공업계다. 제트연료의 가격은 올초보다 1%, 지난해 12월의 최저치에 비해 4%나 올랐다.

기업의 수익률이 감소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고 실질임금도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의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이미 3%대에서 2%대로 하향조정됐다.

이같은 전망치 수정은 유가가 배럴당 26~27달러를 유지할 것이란 전제에서 나온 것이었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씩 하락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의 주요국들은 다음달 일본 오사카회의를 앞두고 증산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나이지리아나 베네수엘라 등 몇몇 회원국들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이 원유 수출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인 데 대해 불만이 많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OPEC이 증산을 결정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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