聲紋 분석 증거 못잡아 벽에 부딪힌 병역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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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관심을 모았던 '김대업 녹취 테이프'의 성문(지문과 같은 목소리의 고유 패턴) 분석 결과가 23일 "음질 불량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났다. 사건의 핵심 열쇠 중 하나였던 녹취 테이프의 감정 결과에서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한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박영관)의 수사는 그만큼 어려워졌다.

검찰은 겉으로는 "김도술씨의 주변인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테이프 목소리가 金씨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수사에 큰 혼선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수사팀은 "테이프가 편집된 흔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최소한 김대업씨가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을 짜깁기했을 가능성은 사라졌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앞으로 성문분석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체류 중인 김도술씨가 잠적한 데다 김대업씨가 테이프 원본을 얼마나 빨리 제출할지도 미지수다.

이정연씨 사건의 실무 수사책임자인 박영관 특수1부장은 칼날 위에 선 입장이 됐다. 김대업씨의 주장대로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돈을 주고 정연씨의 병역면제를 받아냈으며, 한나라당 의원 등이 은폐대책회의를 했다는 등의 의혹을 밝혀낸다면 논란은 누그러질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朴부장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다. 어설픈 수사 결과를 들고나올 경우 검찰은 다시 한번 '정치 검찰'의 멍에를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공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朴부장으로서는 확실한 결과를 내기 위해 수사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朴부장은 유임 직후 "어떤 일이 있어도 흑백을 분명히 가려내겠다"며 '일전불사(一戰不辭)'의 각오를 보였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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