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영창악기'부활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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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지난 16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 삼익악기 공장.

일제히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임직원들은 다소 흥분돼 있었다. 휴가 기간 중인 13일 법정관리 졸업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김종섭 신임 대표이사도 의욕에 넘쳐 있었다. 그는 대표이사를 맡자마자 서둘러 중국 하얼빈 공장으로 날아가 현지시장 탐색에 나섰다. 그는 ㈜스페코의 회장으로 이번에 삼익악기를 1천2백50억원에 인수해 법정관리 졸업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 회사 이형국 이사는 "부도 이후 구조조정으로 직원이 절반 이상 줄어 일손이 모자라는 데다 최근 주문이 늘어 정신없이 바빠졌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에 앞서 인근에 있는 영창악기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벗어났다. 영창은 1998년 무리한 해외공장 건설로 자금난을 겪다가 워크아웃에 들어 갔었다.

국내의 대표적 악기업체인 삼익악기와 영창악기가 '재기의 연주'에 한창이다. 90년대 초 전 세계 피아노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면서 '악기 한국'의 명성을 드높였던 두 회사가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탈출해 옛 영광 찾기에 나선 것이다.

삼익은 올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린 2천억원으로 잡았다. 상반기에 이미 1천12억원의 매출을 올려 목표 달성은 무난하다는 것이 회사측 전망이다. 부도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했던 당기 손익도 올 상반기에는 15억원의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영창도 경영호조로 올 상반기 매출 7백14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이재경 과장은 "지난해 외국업체의 덤핑공세로 어려움에 빠졌던 피아노 시장이 다시 안정을 되찾으면서 연말까지 매출 1천5백50억원에 영업이익 1백30억원이라는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두 기업이 당초 위기를 맞게 된 것은 무리한 사업확장 때문이었다.

삼익은 90년대 초 악기 붐을 타고 호황을 누리자 기계·가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가 자금난으로 96년 10월 부도를 맞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익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살 길을 모색해야 했다. 한때 3천여명이던 직원을 1천5백여명으로 줄이는 아픔을 겪었다. 또 13개에 이르던 계열사도 프레임과 바퀴를 만드는 핵심 계열사 한 곳(삼송공업)만 남겨 놓고 모두 매각했다. 체불임금을 달라며 농성을 벌였던 노조도 부도 이후 '일단은 회사를 살리고 보자'며 구조조정에 적극 협조하는 등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영창도 그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영창은 우선 워크아웃 이후 국내외 공장을 매각하고,2천명이 넘던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노력 끝에 지난달 워크아웃을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신임 대표로 취임한 김재룡 사장은 "워크아웃 졸업과 함께 중국 톈진(天津)공장 생산라인을 대폭 늘리는 등 국내외에서 적극적 경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자인 고(故)김재섭 전 회장의 아들로 회사정상화 작업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삼익·영창이 실지(失地)회복을 위해 들고 나온 전략은 '고급화'다. 저가공세를 펼치며 추격하는 중국업체를 따돌리고 고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제품 고급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영창은 미국 스타인웨이 기술진을 영입해 개발한 '프렘버거'시리즈를 적극 키우고 있다. 삼익도 '콜랜캠블'에 이어 또다른 외국 브랜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인천=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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