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목소리로 매일 저녁 9시면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전해주는 KBS 9시 뉴스 앵커 정세진(29)씨. 그의 별명은 '닭갈비에 소주'다. 화려하거나 혹은 예쁜 것을 상징하는 단어가 아니어서 좀 뜻밖이지만 수수하고 털털한 그의 진면모를 아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탁 칠 만하다.
이 별명이 붙은 것은 아나운서 시험 중 면접을 볼 때다. 시험을 기다리는 심정은 언제나 착찹하고 암담하지 않던가.
마침 앞 번호 수험생이 홍소연 아나운서였는데 "기분이 어때요?"라고 묻더란다. 엉겹결에, 아니 본심에서 그는 "그냥 닭갈비에 소주나 한잔 했으면 좋겠네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합격 통지를 받고 입사한 뒤 그는 자연스럽게 보도국에서 '닭갈비에 소주'로 통했다.
실제 그는 대학 다닐 때 소주 두 병 정도는 거뜬히 비웠다. 연세대 컴퓨터자원봉사회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그 때 선후배들과 무던히도 닭갈비에 소주를 즐겼었다. 대학생 신분에 닭갈비 안주라면 최고 상차림이 아니었던가.
"요즘엔 술 마실 틈이 있어야죠. 한참 안마시다 보니 주량도 푹 줄었고요. 맡은 일이 일이니 만큼 술보다는 앵커 역할에 충실해야죠." 매일 오후 2시에 출근해 오후 10시를 훌쩍 넘어 퇴근하는 그에게 술자리는 그림의 떡이리라.
신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