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4월 29일](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404/29/9866f29c-fc4e-4fd9-ad4a-3d0a95d53514.jpg.thumb.jpg/_ir_432x244_/aa.jpg)
서울대병원 방영주 교수가 주도하는 폐암 4기 환자용 표적항암제 임상시험에 참여한 중국인 차오윈화(오른쪽)와 아들 천밍이 지난달 초 병원 문을 나서며 활짝 웃고 있다. 차오는 병세가 호전되자 시험 중인 약을 기적의 약이라고 불렀다. [강정현 기자]
2008년 5월 폐암 4기를 진단받고 중국 최고의 공립병원인 베이징 중국인민해방국병원(301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온 중국인 차오윈화(曺云華·53·여). 18번 항암치료를 받고 네 종류의 항암제를 썼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희망을 잃어갈 때 아들 천밍(陳明·30)이 폐암 4기용 신약(화이자의 크리조티닙)의 개발 소식을 가져왔다. 올 2월 이 약의 한국 측 임상시험 책임자인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에게 문의했고 5월 말부터 약을 먹었다. 단 2주 만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부축을 받고 걷던 차오는 6월 초 다시 왔을 땐 혼자서 걸었다. 방 교수는 “차오의 암 세포가 확연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7일 다시 방한한 차오는 더 좋아졌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방 교수에게 중국인 환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 임상시험에는 일본 환자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크리조티닙은 암세포만을 집중 공략하는 표적항암제다. 일반 항암제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를 죽이는 ‘산탄총’이라면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공격하는 ‘스마트 폭탄’이다. 암이 자라지 못하게 단백질을 차단하거나 영양 공급 혈관을 사멸시킨다. 우리나라 암 환자의 생존율이 올라간 배경에는 표적항암제가 있다. 국내에 나온 표적항암제는 18개. 신장암 약이 5개로 가장 많다.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낸 약은 글리벡이다. 국립암센터는 이 약이 2001년 나온 후 78명의 생명을 살린 것으로 분석했다. 표적항암제는 특히 백혈병·소아암·고환암·악성림프종 등의 완치율을 높였다. 위·유방암이나 일부 폐암은 생존 기간을 늘리고 재발률을 낮췄다.
한계도 분명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서울대 의대 교수) 원장은 “원인이 다 밝혀진 암이 거의 없기 때문에 표적항암제가 완치보다 수명을 연장하거나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대부분 고가이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50개는 최종 단계 임상시험=2005년부터 2009년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표적항암제는 217개다. 최종 단계인 3상 시험 중인 약은 50개. 이 중 34개는 새로운 항암제고, 나머지는 시판 중인 약의 대상 질환을 늘리거나 사용법을 바꾸기 위한 것들이다.
신약 중에는 비소세포성폐암 약이 13개로 가장 많다. 시판 중인 약이 없거나 한두 개밖에 안 되는 전립샘·췌장·갑상샘암 약이 포함돼 있다. 국내 제약사 제품은 4개다. 종근당의 대장암 등 2개의 약, 일양약품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한미약품 약이 임상시험 1~2단계에 와 있다.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한 항암제도 나올 전망이다. 중외제약이 개발 중인 암 줄기세포 억제제는 암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특정 물질을 차단한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김정수·황운하·이주연 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