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배 프로야구]두산 곰'여름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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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안되나요'.

슬픈 발라드지만 보기 드물게 여름 가요 차트 정상에 올랐던 노래다. 요즘 프로야구 두산 선수들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도 든다.

후반기 들어 두산은 3승13패라는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10경기 만에 후반기 첫 승을 올렸지만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전반기 막판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선두 기아를 위협하던 때와는 1백80도 다른 양상이다.

두산의 후반기 성적표를 꼼꼼히 들여다 보면 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3승은 SK·한화·롯데에 1승씩 거둔 것이다. 모두 하위팀에 얻은 승리다.

두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타선 붕괴에서 찾을 수 있다. 타선의 핵인 정수근(타율 0.252,출루율 0.314)과 타이론 우즈(타율 0.252, 장타율 0.482)는 데뷔 이래 최악의 물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심재학도 손바닥 부상 등의 이유로 라인업에 들지 못하고 있다. 김동주·홍성흔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타선을 지탱하기엔 버거운 상황이다.

투수진은 비교적 잘 맞물려 가고 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 실수로 서너 차례 경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무리 진필중은 등판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에 세이브 포인트를 단 한개밖에 보태지 못했다.

불길한 징조도 나타났다. 주전은 아니지만 중요할 때마다 한방씩을 날려주던 대타요원 송원국·유재웅이 지난 9일 교통사고를 당해 전력에서 제외됐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이 충만한 팀이었다. 그러나 올시즌 이미 3연전 전패를 무려 여섯 차례나 당했다.

12일 현재 4위를 지키고 있지만 상승세가 눈에 띄는 3위 LG와 전력이 탄탄해진 5위 현대 사이에 한 게임 차로 끼여 있다. 4강 수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해도 이 정도 수준이었다. 선수들을 믿는다"는 말을 자주 되풀이한다. 곰들이 언제쯤 여름잠에서 깨어날까.

강병철 기자

◇오늘의 프로야구(오후 6시30분)

SK(매기)-LG(최원호)<잠실·경인방송>

삼성(패트릭)-롯데(염종석)<사직>

한화(정민철)-기아(김진우)<광주>

두산(레스)-현대(마일영)<수원·sbs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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