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 경의선, 北 - 경제협력에 무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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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개월 만의 남북 장관급 회담이 12일 첫날 전체회의부터 순항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강산 실무접촉(8월 2~4일)에서 어느 정도 터닦기 작업을 한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북측이 작심을 한 듯 회담에 적극적 태도로 나서고 있다.

남북간 일정협의 때문에 회담이 두시간 지연되자 한때 벽두부터 난항을 겪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악기를 연주하기 전 조율하는 수준일 뿐"이라는 게 회담 관계자의 귀띔이다. 당국자는 "7차 회담은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알맹이 있는 공동보도문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정세현(丁世鉉·통일부 장관) 남측 수석대표와 김영성(내각 책임참사) 북측 단장이 기조연설에서 꺼낸 사안 중 가장 먼저 접점을 찾은 대목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다. 남북 모두 다음달 21일 추석에 맞춰 5차 이산가족 방문단 행사를 금강산에서 갖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해 공동보도문 후보 1순위에 올랐다. 상봉 방식은 1백명씩이 순차방문하는 4차 상봉의 모델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적십자 회담을 열어 면회소 등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제도화하는 이원적인 해법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남측은 경의선(京義線)철도·도로 연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북측 대표단을 맞으러 인천국제공항에 나간 윤진식(尹鎭植)재경부 차관은 첫 대면부터 "(남북 직항로에 이어)땅도 길이 열려 기차를 타고 평양에 가 회담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丁수석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완공시한을 '연내(內)'로 박아 제시하고, 이를 위한 군사 당국간 대화를 조속히 열자고 촉구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공언했던 서해교전에 대한 북측의 보다 분명한 사과·재발방지 문제는 실무접촉에 이어 이번에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해 향후 대북 정책 추진과 쌀 제공 등에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양측의 논의 내용 가운데 실무접촉 합의(8월 4일)보다 새로운 건 남측의 금강산댐 공동조사 제의와 북측이 제안한 태권도시범단 교환 정도다.

남측은 경의선 연결 등 협력사업에 무게를 둔 반면 북측은 식량지원 문제가 걸린 경협추진위와 금강산 관광 수입을 늘려줄 활성화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강조하고 나섰다. 양측은 회담 이틀째인 13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서로가 제시한 현안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이런 입장차 때문에 캘린더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데 입장차를 드러낼 수도 있다.

남북 양측은 13일 오전 2차 전체회의를 마친 뒤 수석대표 접촉과 막후조율을 통해 주고받을 것을 정리한 뒤 공동보도문안을 다듬게 된다. 남북간 합의 윤곽은 서울~평양 직통전화를 통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최종 결심이 전달되는 13일 밤 늦게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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