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자유대학 레이먼드 페다마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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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럽에서 우익과 반이민 이슈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세계화는 시장경쟁 논리에 따른 동질화·균등화를 그 본질로 한다. 이같은 압력에 대해 각 사회문화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은 일종의 문명적 저항의 양상을 띤다. 유럽의 우경화도 세계화로 인해 사회보장과 복지를 중시하는 유럽식 모델이 위협 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직접적으로는 국경이 무너지고 노동시장이 국제화되면서 이주노동자와 그에 따른 '반(反)이민 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

-극우정당 지도자 핌 포르투완의 암살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나.

"우익의 등장은 신자유주의와 영미식 모델이 야기하는 실업 등 사회적 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그리고 네덜란드 사민주의의 실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건에는 이민자들을 희생양 삼아 이러한 유권자들의 불안을 이용하려고 한 극우정치도 책임이 있다. 이민 노동자 문제는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위 3D업종과 사양산업에 모로코·터키·이란 등에서 이민자들이 유입된 데서 비롯했는데, 그에 따른 사회통합 문제가 제기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우리의 필요에서 한 일이 아닌가. 이를 그들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네덜란드의 위기의 핵심은.

"동아시아와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의 경우도 연대와 충성을 전통으로 한다. 그러나 이런 모델은 이제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다.네덜란드의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는 사유화와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영미식 모델로 바뀌고 있으며, 연대와 충성을 강조하는 필립스사의 기업 정체성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네덜란드 사민당마저도 최근에는 기존의 사민주의 전통을 버리고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고용주들의 지지를 받을 정도다."

-이번 암살사건을 네덜란드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프랑스와 달리 네덜란드에는 폭력적 전통이 없었다. 이번 사건은 17세기 이후 처음 일어난 정치적 살인사건이다. 그만큼 국민에게 준 충격이 컸다. 그 충격의 핵심은 바로 위기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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