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나카 前외상 의원직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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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성 유권자들로부터는 높은 인기를,정치인과 언론으로부터는 거센 질타를 받아온 '총리의 딸'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일본 외상(사진)이 9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다나카 전 외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집권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지만 비서의 급여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주간지에 보도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그는 지난달 24일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에서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전격 사퇴'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자민당 당기위원회는 다나카에게 2년간의 당원자격 정지처분을 내렸다.

최근엔 그의 가장 든든한 응원부대였던 주부들 사이에서도 '다나카 이반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고향인 니가타(新潟)에서도 "차라리 깨끗하게 그만두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딸인 그는 고이즈미 정권 출범과 함께 첫 여성 외상으로 발탁되면서 숱한 화제를 뿌렸다.

외상 재직시 관리들과 잦은 마찰을 빚은데다 잦은 실언으로 연일 구설에 오르긴 했지만'복마전'인 외무성 개혁에 과감하게 메스를 가하려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입각 9개월 만에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비서관 급여유용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의사당을 등지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1996년 고향인 니가타의 주부에서 중의원에 당선, 부친인 다나카 전 총리에 이어 정치인의 길을 걷던 다나카 마키코가 결국 주부로 돌아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의 남편 다나카 나오키(田中直紀)의원은 자민당 4선의원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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