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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파워, 독일의 선택 ③ 함부르크 도심 개발‘하펜시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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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건축 전시장이 따로 없었다. 이른바 ‘신도시’ 구역인데,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아파트나 사무빌딩이 눈에 띄지 않았다. 건축가들이 자존심 경쟁이라도 벌인 듯 아담하지만 각기 개성 넘치는 건물들이 집중 배치됐다. 건축잡지 화보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이다. 분양수익, 혹은 상권을 염두에 둔 초고층 건물도 없었다.

독일 함부르크의 ‘도시안의 도시’로 조성된 하펜시티의 달만카이 구역. 15개의 빌딩을 짓는 데만도 27개의 투자회사와 26개의 건축설계회사가 참여해 다양한 건축물이 세워졌다. 하펜시티는 공공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원과 산책로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펜시티 함부르크 유한회사 제공]

독일 함부르크시 엘베강 인근의 ‘하펜시티 프로젝트’ 현장. 요즘 21세기형 도심 재개발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10년 째 대규모 도심재 생 개발이 진행 중인 이곳은 물가에 조성해놓은 공원도시에 가까웠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함부르크에서 옛 부두와 창고가 있던 지역을 비즈니스와 주거·레저·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도시로 개발하는 계획. 도시의 중심을 북해(北海)로 진입하는 바닷가로 옮겨와 국제도시로 거듭 나겠다는 의지다.

특히 규모나 외형보다 콘텐트에 방점을 찍고 있다. 친환경 개념과 건축적 가치를 담은 소규모의 건물, 박물관과 콘서트홀, 그리고 시민들이 휴식하고 즐길 수 있는 공원·산책로 등 공공공간(public space)이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 ‘도시철학’이 쉽게 읽혔다.

헤어초크 앤 드 뮈롱이 설계한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 예상 이미지. 두 개의 콘서트 홀과 호텔, 아파트까지 들어간 복합건물이다. 2012년 완공예정.

◆도시의 질은 문화가 결정="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 보셨어요?” 함부르크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물었다. 엘베강 구 선창가에서 현재 공사가 한창인 이 건물은 완공(2012년 예정)되기도 전에 이미 시민들의 자랑거리다. 예전에 코코아 창고였던 곳이 앞으로 함부르크의 랜드마크가 될 건축물이라는 점에서다. 설계는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헤어초크 앤 드 뮈롱이 했다.

역사적인 건물의 원형을 살리고 그 위에 세워지는 건물엔 두 개의 콘서트홀, 호텔과 아파트, 그리고 강을 내려다보는 광장(plaza)이 들어설 계획이다. 주거와 비즈니스·문화시설을 한 도시 공간에 통합하겠다는 하펜시티의 축소판이다. 하펜시티 함부르크 프로젝트 홍보담당 엔리케 톰슨은 “처음부터 콘서트홀 건립이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새 도시를 ‘살기 좋은 곳’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만들까 하고 토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이른 결론이 ‘문화’였다”고 밝혔다.

◆효율만능의 시대는 끝났다=콘서트홀과 국제해양박물관(2008년 개관) 등 문화시설뿐만 아니라 ‘지식 쿼터(Kowledge Quarter)’에도 무게를 뒀다. 이곳엔 하펜시티 대학은 물론 세계환경운동의 총본산 그린피스의 독일 본부, 디자인·음악·영화 등 창조산업 분야의 작업 공간과 주거 공간이 한 곳에 집결될 예정이다.

산책로와 광장, 공원 등 공공공간의 가치에 역점을 둔 것도 특이하다. 건물과 건물 사이 통로까지 사람들이 모이고 쉴 수 있는 실질적인 공공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하펜시티 함부르크 유한공사의 CEO 위르겐 부룬스 베렌텔크는 “하펜시티 개발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다. 시간을 다투거나 효율만 중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창조할 도시의 질(unban quality)”이라고 말했다. 공존과 느림의 도시가 속도와 경쟁의 20세기 도시를 대체할 화두라는 설명이다.

함부르크=이은주 기자

◆하펜시티 프로젝트(2001~2025)=함부르크의 옛 항만지역을 재개발하는 계획. 155만㎡ 면적으로 여의도 크기의 절반 규모다. 예산은 약 86억 유로(약 10조4500억원). 1만2000명 거주, 4만 개의 일자리 창출 예상. 주 예산과 민간투자로 함부르크시가 전액 출자한 특수법인 하펜시티 함부르크 유한공사에서 모든 계획과 실행을 전담한다. 소수 상업 빌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건물은 7층 높이로 지으며, 부지의 20~35%를 공공공간으로 개발한다. 마젤란 테라스(4700㎡·2005년 완공), 마르코폴로 테라스(6400㎡·2007년 완공) 두 개의 광장을 완공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엄격한 기준에 맞춰 건축물의 ‘친환경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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