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北한 오시마 겐조 유엔 사무차장]"유엔, 北주민 영양상태 조사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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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시마 겐조(大島賢三·59·사진)유엔 인도문제 담당 사무차장은 6일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은 1백36만t"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나흘 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그는 외교부 기자단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방북 목적은.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었던 만큼 북한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유엔과 북한 정부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최근 대북 지원에 대한 각국의 갹출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는데 예전 수준의 원조가 계속되도록 각국에 호소하기 위한 것도 방북 목적의 하나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북한 당국자들과의 회담에서 여러 문제에 대해 진전을 보았다. 지금까지 평양에 주재하는 유엔 직원들이 통신면에서 여러 곤란을 겪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북한으로부터 위성통신에 관한 원칙적인 합의를 얻어냈다. 또 평양 이외의 지방사무소에 나가 있는 세계식량계획(WFP)직원들의 긴급대피 계획과 관련, 필요하다면 북한이 비행기를 제공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북한 바깥에서 비행기를 띄워 대피시킨다는 데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것은 실무적인 얘기지만 유엔의 효과적 활동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다른 합의사항은.

"유엔과 북한 당국이 함께 오는 9~10월 수주 동안에 걸쳐 북한 주민의 영양조사를 한다는 데도 합의했다.4년 전에도 광범위한 영양조사를 했는데, 이후 상황이 바뀌어 북한 측과 새롭게 조사하는 문제를 얘기해 왔다."

-최근 북한의 물가·급여인상 등의 조치에 대해 들은 얘기와 받은 인상은.

"북한 내부에서도 그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양주재 유엔 직원의 요청에 따라 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경제 문제와 관련해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 다만 북한이 취하려는 정책의 전체 상황은 아직 잘 모른다.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북한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도입할 것인지와 관련해선 좀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정책의 내용·영향·의미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의 식량 상황과 올해 예상되는 식량 부족분은.

"WFP 등의 조사 결과 북한의 올해 전체 식량 부족분은 1백36만t이다. 그중에서 WFP에 지원이 기대되고 있는 부분은 61만t이다. 현재 부족분은 13만t이다.이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다만 북한이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부분이나 외국의 원조량이 줄어들면 부족분은 늘어날 수 있다."

-한국 정부나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 정부, 국민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해 유엔은 높이 평가한다. 북한의 식량·의료·보건 등을 포함한 인도적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엔 당국의 노력으로 극단적인 상황 악화는 없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국민, 적십자사, 비정부기구(NGO)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인도적 대북 지원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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