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집단소송제] 기업들 준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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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집단소송을 당하지 않기 위해 국내기업들이 대비해야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관련 인력과 시스템의 확보가 시급하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는 기업 다섯곳 중 하나 꼴로 법률 자문을 의뢰할 고문변호사나 법무법인을 두지 않고 있다. 상근 변호사 수도 평균 1.5명에 불과하다. 전체의 44.3%는 회계.공시 담당직원에게 다른 일을 함께 맡기고 있다. 이러다 보니 현재 보유한 인력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기업은 전체의 40%선에 그쳤다. 회계 및 법률 전문가를 충원하고 회계.공시 부문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분기.반기.연간으로 내는 정기보고서는 앞으로 전문가의 철저한 사전 검증을 거치는 게 좋다. 이들 보고서는 한번 잘못되면 계속 틀릴 수밖에 없고, 제소를 당하면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도 어렵다. 정기보고서에는 재고자산.매출채권 등 기업의 경영활동과 관련된 방대한 내용이 포함되기 때문에 자칫 실수할 가능성도 크다. 회계는 물론 법무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없는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기업홍보(IR)와 주가관리의 중요성도 커졌다. 똑같은 사안이라도 기업이 평소 투자자 및 주가 관리를 어떻게 해왔느냐에 따라 소송 제기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경영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려 하거나 소유와 경영을 혼동하는 과거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

재계는 2007년 집단소송제가 전면 도입되면 스스로 증시를 떠나는 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한다. 가뜩이나 상장 혜택이 줄고 있는 판에 집단소송에 대비한 비용부담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배지헌 선임연구원은 "시가총액이 순자산 규모에도 못미치는 기업이 81%에 달해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 크게 위축돼 있다"며 "한 번의 분식이나 허위 공시로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고 막대한 배상을 해야 하는 위험이 추가된 만큼 기업들로선 상장유지 여부를 재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장.등록기업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취재팀 = 정경민.김동호.나현철.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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