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현경장''여시구진'… 지도층 새해 화두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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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고위관료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새해 화두가 화제다. 하나같이 한자성어를 들며 새해다짐을 해서다. 지난해 말 대학교수들이 '당동벌이'(黨同伐異, 같은 편끼리 패거리를 지어 다른 편을 징벌해 없애 버린다는 뜻) 라는 한자성어로 지난 한해를 회고한 데 상당한 영향을 받은 듯하다.

거취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3일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 줄을 고쳐 팽팽하게 맨다는 뜻)이라는 화두를 내놓았다.

이 말은 한(漢)나라 동중서(董仲舒)가 무제(武帝)에게 했던 고언(苦言). 지난해 나라전체가 혼란스러웠던 만큼 새해에는 이를 추스려 국가발전을 위한 동력을 마련하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여시구진(與時俱進)'이라는 한자성어로 새해다짐을 알렸다.

그는 3일 재경부 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새해를 맞아 여러분에게 보내는 첫마디는 시간(변화)과 더불어 함께 전진한다는 의미의 '여시구진'이다"라고 적었다. 이 사자성어는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체제가 들어선 중국에서 급속히 유행했던 말로, 당시에는 '시대가 변했으니 사상도 체제도 인물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그러나 이 총리는 이 말을 우리경제가 급속히 세계화되면서 변화가 개혁은 피할수 없는 현실인 만큼 이를 받아들여 경제체질을 강화하자는 의미로 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새해 휘호를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고 적었다.

그는 동남아 지진참사를 보면서 "사람 목숨이 파리목숨 이라고 생각했다"며 화두의 의미를 풀이했다. 하늘의 뜻을 거역할 경우 큰 참사를 피할 수 없는 만큼 백성의 뜻을 거슬리는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원려(遠慮)를 되새긴 것으로 보인다.

차기 잠재적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고건 전 총리는 지난해 자신의 호를 우민(又民,于民)이라고 세인들에게 알렸다. 민초를 떠나 자신의 생이 존재할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다. 그는 새해를 맞아 별도로 화두를 내비치진 않았지만 그의 지인들은 우민이 곧 그의 새해 화두라는 데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는 이와함게 지성감민(至誠感民, 지성이면 국민도 감동한다)이라는 자신의 좌우명도 공개했다. 고 전총리 해석에 따르면 우민이나 지성감민은 일맥상통한다는 것.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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