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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남자도 아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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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성행위를 하면 아픕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호소를 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흔히 성행위의 통증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경우가 많고, 성교통은 여성의 주요한 성기능장애에 속한다. 질염이나 호르몬 불균형, 분비액의 부족, 폐경기의 위축성 문제 등이 있을 때 여성의 통증이 잦다. 그런데 남성들도 성행위 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아내의 몸속에 뭔가 있어요. 날카롭게 찔러댑니다.”

과거 필자의 진료실에 찾아온 남성은 아내의 질 속에 무언가 날카로운 종양이 생겨 아픈 것 같다며 한사코 아내를 검진해 주길 바랐다. 여성의 몸속에 덩어리가 있다면 대부분 둔탁한 이물감 정도를 느낄 뿐인데 말이다.

“피임을 하고 계시는군요.”
검진을 끝낸 뒤 필자가 이렇게 표현하자 부부는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사실은 아내가 피임용 자궁 내 장치(흔히 ‘루프’라고 불린다)를 했던 것이다. 자궁 내 장치를 나중에 쉽게 제거하도록 낚싯줄 같은 실을 자궁경부 밖으로 조금 남겨 두는데, 남편의 귀두가 이 실에 닿으면 날카로운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 경우 실을 조금 짧게 잘라 주면 통증이 사라질 수 있다.

이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남성의 성교통은 대부분 남성 자신의 문제다.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요도염이나 귀두염, 또 이에 겹친 전립선염 등 비뇨생식기계에 염증이 있는 경우로 성행위 시 귀두가 압박되면서 통증을 느낀다. 이런 경우는 평소에도 귀두 부분을 눌러 보면 비슷한 통증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성교통이나 배뇨 시 통증이 없다고, 또 일반 소변 검사에서 정상적이라고 성병이나 염증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성병이나 비뇨생식기 감염 시 증상이 없는 ‘무증상’의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성행위 시 불편감은 남성의 호르몬이 급격히 감퇴하면서 귀두나 성기에 위축이 생겨 유발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신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남성이 아프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이빨 달린 질(Vagina Dentata)’로 묘사돼 왔던 여성의 성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성행위가 아프다는 주관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여성성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와 관련 있는데 이빨 달린 질은 남성의 거세 공포를 의미한다. 게다가 두려움 때문에 삽입 성행위를 기피하거나 페티시즘(fetishism), 기타 변태적 기호를 갖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만난 환자 중에는 지저분한 성매매는 하면서도 순결을 고수해온 여성과는 성교통이 있다며 결혼까지 회피했던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남성들이 무서워해야 할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여성 성기의 이빨이 아니다. 위험하고도 무분별한 쾌락 추구로 성병에 노출되고, 무고한 아내에게 성병을 옮기는 것이 그렇다. 또 불륜에 쉽게 빠져드는 여성에게 흔한, ‘성격’이라는 이빨이 더 무서운 것이다. 흔히 이런 여성들은 교제 초입에 강렬한 매력으로 상당한 관심을 끌기에 남성들이 뿌리치기 어렵다. 특히나 관계가 지속되면서 그들의 질투와 집착은 마치 아주 강한 이빨처럼 집요하게 상대방을 괴롭히고 가정까지 파탄으로 이끈다. 또한 남성들은 상대 탓만 할 게 아니라 이런 여성에게 자꾸 끌리는 자신의 병적인 마음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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