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社통일문화연구소심층분석]농업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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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농장원들에게 뽕밭과 누에칸을 고정 담당시키고 분조가 누에고치 생산계획을 수행했는지에 따라 개별 농장원들이 자극을 받게 규정을 만들어 적용하라."

2000년 8월 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자강도를 현지 지도하면서 농장원들의 성과와 그에 따른 차등분배를 강조한 말이다.

생산 주체에 대한 자율권 보장과 이에 따른 물질적 인센티브 제공은 북한의 농업분야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북한당국은 1996년 3월 협동농장의 분조관리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생산량을 증대시키려 했다. 예컨대 분조의 규모를 10~25명에서 7~8명으로 줄이는 한편, 생산 목표량을 현실적으로 책정함으로써 초과 달성이 가능토록 했으며 목표 초과시 분조가 초과 생산물을 비교적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중국의 초기 개혁시대의 농업생산청부제와 흡사하다. 이 제도는 인민공사(국영)가 소유한 토지·농기구 등을 개별 농가에 나눠줘 책임 생산량을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 잉여생산물은 개별 농가가 처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결과 80~84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개별 농가와의 계약기간을 초기에는 5년에서 15년으로 늘렸고, 현재는사실상 토지의 반영구적 임대를 허용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농업생산청부제가 소유제 확립으로 이어진 경제개혁의 출발점인 데 반해, 분조관리제는 단지 인센티브 확대를 통한 농민의 생산의욕 고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99년 이후 토지정리를 통해 국영농장을 늘려가고 있고, 협동농장을 해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의 농업개혁과는 다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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