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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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모두 살아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주 피츠버그에서 남쪽으로 90여㎞ 떨어진 광산마을인 서머싯 카운티의 큐 크리크 탄광에서는 28일 오전 1시(현지시간)쯤 7백여 마을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지난 24일 지하 72m 깊이의 갱도에서 발생한 사고로 지하에 갇힌 광부 9명이 닷새 만에 모두 구출된 순간이었다.

구조된 광부들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공기가 희박한 데다 높이 1.2m, 너비 9m의 좁은 지하공간에 갇혀 76시간 동안 구조를 애타게 기다렸다. 이런 탓인지 바깥 세상을 보자마자 마을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라고 투정(?)을 부렸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블랙 울프 석탄회사 소속으로 지하 갱도에서 유연탄을 채굴하고 있던 이들 광부는 채굴작업을 벌이다 1950년대 이후 사실상 버려져온 삭스먼 갱도를 건드리면서 지하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삭스먼 갱도엔 물이 가득차 있었다. 순간 2억2천만ℓ의 물이 쏟아져 들어왔고,이들 광부는 물을 피해 갱도 내 좁은 공간으로 피신했다.

이 사고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마을사람은 물론 굴착전문가 등이 사고현장에 몰려와 구조팀을 만들었다. 구조팀은 굴착기를 이용해 두 개의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하나는 지름 66㎝의 구출용 구멍이었으며, 또 하나는 이들이 갇힌 지점까지 공기를 밀어넣어 광부들이 숨을 쉴 수 있게 한 공기구멍이었다.

구조팀은 28일 새벽 첫번째 생존자인 랜디 포겔(43)을 구조했다. 그는 가슴통증을 호소한 것 말고는 그 호된 시련을 겪은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고 탄광 관계자는 첫 생존자가 구출된 뒤 흥분에 겨워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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