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택지부담금 안내 압류한 땅 해제 납부한 사람만 억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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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택지소유상한 부담금을 내지 않아 압류했던 2천2백37건, 1천6백억원 상당의 토지를 원주인에게 되돌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거둬들인 부담금 5만7천여건, 1조3천여억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밝혀 성실 납부자만 피해를 보게 됐다.

정부가 이 법에 따라 부과한 부담금은 약 6만건에 1조5천억원으로 부과 대상자 가운데 92%가 부담금을 납부했었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대법원이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기 이전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택지초과소유 부담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인재산을 압류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그동안 압류했던 재산의 해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1989년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차원에서 토지초과이득세와 함께 도입됐으며,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 2백평 이상의 택지를 처분하지 않을 경우 공시지가의 4~11%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에 따라 98년 이 법이 폐지됐으며, 99년 헌법재판소는 이 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한편 이 법으로 인해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뿐 아니라 거의 반강제적으로 택지를 나눠 팔아야 했던 2백평 이상 택지 소유자들도 결과적으로 피해를 본 셈이라는 지적이다.

초과소유 부담금 때문에 30년 이상 살던 집을 95년 주택업체에 팔았던 모(80)씨는 "정부가 법을 지키는 사람만 피해를 보도록 정책을 운용한다면 더 이상 법을 지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이미 부담금을 냈거나 택지를 처분한 경우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담금을 이미 낸 사람들이 행정소송을 내는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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