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경제 나란히 감속모드 … 속사정은 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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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G2(미국·중국) 경제가 나란히 감속 모드로 들어서고 있다. 성장 속도가 줄어드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다르다. 경기 과열을 걱정해온 중국은 다소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자는 자세인 반면, 막 회복세를 타는 듯했던 미국에선 추가 부양책을 거론할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 “과열 진정”=중국국가통계국은 15일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이 17조2840억 위안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성장한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10.7% 성장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11.9% 성장했다.

2분기 성장률은 따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10.3% 성장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지만, 성장세는 다소 완만해진 모습이다. 중신(中信)증권 주젠팡(諸建芳) 수석경제분석가는 “하반기에 9% 성장해 올해 연간 10.1% 성장하면 거시경제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라며 “금리인상이나 지급준비율 인상이 당장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를 기록해 1분기(2.2%)보다 소폭 높아졌다. 상반기 고정자산투자는 부동산투자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11조4187억 위안을 기록했다. 소매판매는 자동차·가전 판매가 늘어나 상반기에 18.2% 증가했다.

국가통계국 성라이윈(盛來運) 대변인은 “상반기에 전체적으로 경제가 양호한 성장 추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그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탄력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해 정책의 연속성·안정성·유연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린다. 중국국제금융공사 하지밍(哈繼銘) 수석경제분석가는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하락한 것은 정상적 추세”라며 “하반기에도 더 하락하겠지만 별도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반면 싱예(興業)증권 둥셴안(董先安) 거시경제수석분석가는 “내수가 눈에 띄게 얼어붙고 있다”며 “내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추가 부양책 만지작=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달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추가 부양책도 동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했다. 14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22~23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담긴 내용이다.

연준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4월 제시한 3.2~3.7%에서 3.0~3.5%로 떨어뜨렸다. 반면 실업률 전망치는 종전 9.1~9.5%에서 9.2~9.5%로 올려 잡았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 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약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종전 1.2~1.5%에서 1.0~1.1%로 낮췄다. 참석자들은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있느냐를 놓고도 논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경기 전망이 더 나빠진다면 추가 부양책을 쓸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의사록에 담겼다.

한편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6월 소매판매는 전달에 비해 0.5% 줄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고용에 이어 소비지표도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뉴욕 유니크렛그룹의 함 밴돌츠 경제분석가는 “고용 창출이 충분치 않고, 소비도 주춤거리고 있다”면서 “경기 회복세가 더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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