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생 경험 들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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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여름 방학을 맞아 자녀의 조기 유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학부모가 많다. 그러나 남들이 나간다고 대책 없이 무작정 외국행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녀가 조기 유학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온 조기 유학생 5명에게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공적인 조기 유학을 위해

·부모가 아니라 자녀 당사자가 유학을 원하면 성공한다.

·유학원 등에서 학교 정보 등을 충분히 알아본다.

·친척집을 믿고 자녀를 혼자 보내면 실패 위험이 높다. 바쁜 친척들은 아이를 돌볼 겨를이 없다. 시골의 기숙학교로 보내면 탈선 위험이 거의 없다.

·초등학생은 학교 수준보다 안전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한다.

·유학 갈 학교를 정하고 인터뷰가 확정되면 부모가 함께 답사를 떠난다. 현지에서 한국 학생을 만나 충분히 정보를 수집한다.

도움말=황선재

<카플란 어학원 실장>

-한국 학교와 외국 학교를 비교하면.

▶이재훈(16·미국 미시간 크램브룩 스쿨)=초등학교 5, 6학년을 캐나다에서 다녔다. 한국과 달리 스트레스도 안 받았고 공부가 쉬웠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는데 공부가 잘 안됐다. 혼자 공부하고 준비해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는 5~6과목만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왔다.

▶조경미(15·여·미국 인디애나주 에반스빌 스쿨)=한국처럼 무조건 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배우니까 무척 재미있다.

▶제니퍼 김(18·여·서울 외국인 학교)=초등학교는 미국에서 마쳤고 중학교 때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 학교 생활은 미국과 너무 달랐다.하기 싫어도 뭐든지 잘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놀지도 못하고, 여가 시간에는 음악·미술 과외하고….쓸데 없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뒤늦게 외국인 학교로 옮겼다.

-외국 학교에 다니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차상윤(17·필리핀 페이트 아카데미)=한국인 친구만 없으면 큰 문제가 없다. 한국 사람들은 어딜 가나 선후배를 따지기 때문에 어려울 때가 많다. 한국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심한 것 같다. 일본·중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박신영(16·여·중국 상하이 아메리카 스쿨)=한국인은 자기들끼리만 어울려 다닌다. 다른 외국 애들과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화를 낸다. 동양 애들은 동양 애들끼리, 서양 애들은 그들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은 제3인종이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외국인 친구가 있어도 점심시간에 한국 애들이랑만 밥을 먹어야 한다. 한 학년을 월반했기 때문에 한국 동기들보다 한살 어려 신경이 많이 쓰인다.

-조기 유학을 간다면 언제가 가장 좋을까.

▶박=한국에서 초등학교만 다녀 고급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한다. 영어나 중국어도 그렇게 잘하지 못한다. 한국이나 외국, 어느쪽이든 더 오래 있었더라면 싶다.

▶차=중학교 2학년쯤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당장 성적에 신경써야 한다. 중학교에 다니면서 2년 정도 적응기간을 거치는 게 좋다.

▶김=외국인 학교로 늦게 옮긴 게 후회된다. 하지만 중학교에서 한국에서 배워야 할 기본 지식을 갖출 수 있었다.

-조기 유학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차=필리핀에 한국 유학생이 최근 3년 사이 갑자기 많아졌다. 특히 도피성 유학을 온 아이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은 강제로 공부를 시키지 않으니까 노래방 다니고 술 마시면서 매일 놀고 돈만 쓴다. 공부할 생각이 있을 때만 유학을 하면 좋겠다.

▶김=유학 갈 학교에 다니는 한국인들이 방학 때 입국하면 미리 사귀어 놓는 게 좋다. 그러면 유학을 가서도 외롭지 않고 낯설지 않아 도움이 된다. 숙제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한국은 벼락치기지만 미국 학교는 숙제가 모두 성적에 들어간다.

▶이=인종 차별이 분명히 있다. 영어 실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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