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수호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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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현수(金賢洙·44·목사)·조순실(趙純實·45)씨 부부는 자식이 1백명이 넘는다. 직접 낳은 아이는 한명뿐이지만 나머지 아이들도 친자식처럼 사랑한다.

16일 청소년보호위원회·본사가 함께 주는 청소년보호대상을 받은 金목사 부부가 '자식 부자(富者)'가 된 사연은 199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 안산에서 개척교회를 꾸려가던 두 사람은 새벽 기도를 올리기 위해 교회에 들어섰다가 새우잠을 자는 가출 청소년 8명을 발견했다.

"참 난감했지요.새벽까지 놀다 잠들었는지 깨워도 일어나질 않더라고요. 실컷 자게 한 뒤 한명씩 붙들고 얘기를 들어봤는데, 다들 부모 이혼 등으로 방치된 아이들이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출하면 안된다'고 타일러 보냈어요. 그런데 우리 부부의 말에서 따뜻함을 느꼈는지 새벽마다 아이들이 교회에 찾아오더군요."

이를 계기로 金목사 부부는 가출 청소년을 돌보겠다고 결심했다. 교회 사택에서 여섯명의 새 자식들을 데려와 공동 생활을 시작했다.

소문을 들었는지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자꾸 찾아와 몇달 만에 식구가 15명으로 늘었다.

"아이들이 많아지니 동네 사람들이 '혹시 우리 아이들이 사고나 치지 않을까'우려하더군요. 그래서 농촌 빈집을 빌리기도 했지만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金목사 부부가 생각해낸 것이 '그룹 홈'. 자원봉사자(성인)를 모집해 한집에 4~5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게 한 것이다. 농촌의 아늑함을 원하는 아이들은 강원도 봉평에서, 도자기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은 전북 장수의 도예마을에서 각각 살게 했다. 주거·생활 비용은 복지재단과 개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마련했다.

현재 부부가 경기도 안산에서 직접 운영 중인 그룹 홈은 8개. 주위 사람들은 이곳을 '들꽃 피는 마을'이라고 부른다. 이곳을 거쳐간 아이만도 1백명을 넘어섰다.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친구집을 전전하다 2년 전 들꽃 피는 마을 식구가 된 박미영(18·고3)양은 "친부모님과 살 때보다 더 포근한 가족의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들꽃 피는 마을 식구들은 다음달 초 열흘 일정으로 동해안 도보 국토순례를 떠나기로 했다. 우리 땅의 아름다움과 가족의 소중함을 땀 속에서 느끼려는 취지에서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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