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진 어디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주식회사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10일 뉴욕 다우지수는 하루 새 3.1% 폭락하며 9,0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종가 8,813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루 낙폭으로도 9·11 테러 이후 최대였다. 2.5%가 떨어진 나스닥(종가 1,346)과 S&P 500지수(종가 920.47)는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달러화 가치도 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관계기사 9, 39면>

미 증시의 충격파는 국내 증시에도 고스란히 밀려와 11일 종합주가지수는 770 밑으로 내려갔고, 코스닥지수는 열흘 만에 상승 행진을 멈췄다. 원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은 수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11.96포인트 하락한 상태에서 출발한 거래소 시장은 반등 시도 한번 변변히 못한 채 30포인트 가량 밀리며 764.88로 마감했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은 분식회계·내부자거래·장부조작 등 기업과 기업인들의 각종 부정·비리가 꼬리를 물면서 미 기업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상실이 주가와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세계적인 제약업체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에 대해 지난해 약 10억달러의 매출을 부풀린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전날 미 콜로라도주 검찰은 그동안 SEC의 조사를 받아온 굴지의 정보통신업체 퀘스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매출을 과다 계상해 주가를 높인 뒤 자사주를 팔아 1억3천만달러의 차익을 챙긴 혐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백악관 최고위층의 기업 비리 관련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1일 하켄에너지 이사 재직시 주식 매각과 관련한 내부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하켄에너지에서 18만달러를 저리로 융자받아 자사주 매입에 쓴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국의 한 시민단체는 딕 체니 부통령이 에너지업체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CEO)로 있을 당시 4억5천만달러의 수익을 과대계상해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며 법원에 제소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연례 보고서를 통한 투명경영▶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독립적인 이사회▶객관적인 외부기관의 회계감사 등 주식회사 미국을 지탱하는 3대 축이 모두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