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새 판 열어보일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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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제가 깐깐하게 내건 조건은 딱 두가지였습니다. 첫째 편집하거나 간섭하지 말라. 둘째 유명 연예인만을 초대하진 않겠다. 제작진도 흔쾌히 오케이를 했죠."

자니윤(65·사진)이 돌아왔다. iTV 토크쇼 '자니윤의 왓츠업'을 통해서다. 한국인에게 낯설던 '심야 토크쇼'를 소개한 이래 12년만이다. KBS '자니윤 쇼'에 이어 SBS '자니윤 이야기쇼'를 끝으로 브라운관을 떠난 그가 10년만에 되돌아온 것은 "좀더 진일보한 토크쇼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에서다.

"지난 10년간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사회가 발전을 하면서 사람들도 자유롭고 즐거워 보여요. 웃을 수 있는 준비가 된 겁니다. 비로소 저는 저만의 토크쇼를 할 수 있구요."

자니윤이 자유·발전 운운하는 데에는 지난날의 뼈아픈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한창 토크쇼를 진행하던 그 시절, 정치인이나 고관을 소재로 풍자하는 장면은 어김없이 '편집' 당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갔을 때 "전통(全統·전두환 대통령의 약칭)이 없어지면 한국의 전통(傳統)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라는 가벼운 농담도 방송에 나가지 못했다. 그는 "웃길 자유를 빼앗겼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한국에서 다시는 토크쇼를 하지 않겠다고 맘먹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심기일전해 돌아온 그는 이번에 색다른 형식의 토크쇼를 선보이기로 했다. 토크쇼와 시트콤을 결합시킨 일명 '토크콤'이다. 주인공 자니윤은 한 집안의 가장이자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로 나온다. 방청객 앞에서 공개 토크쇼를 하고 그 전후의 과정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실제 토크쇼가 40%, 제작 전후 이야기가 30%, 미국사회의 여러 모습을 엿보는 장면이 30% 정도로 구성된다. 특히 미국 이야기 속에는 가수 유승준과의 인터뷰,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의 어두운 이면, 타향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한인들 등을 카메라에 담는다.

14일 밤 10시 30분 첫 방송의 첫 손님은 조영남씨다. 자니윤은 "조영남씨를 빼놓고 쇼를 시작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연예인보다는 평범하지만 진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스튜디오에 많이 초대할 생각이다.

3년 전 결혼해 아직도 신혼부부처럼 살고 있다는 자니윤의 새로운 소망은 이렇다. "온종일 죽어라고 일하고 집에 와서 우울한 뉴스를 본 뒤 한숨만 푹푹 쉬다 잠자리에 드십니까? 그런 분들이라면 제 쇼를 보세요."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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